kt 강백호.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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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출범한 KBO리그에서 같은 해 홈런왕과 신인왕 타이틀을 모두 차지한 ‘타자’는 오직 단 한명뿐이다. 바로 1996년에 혜성같이 나타난 ‘리틀 쿠바’ 박재홍(45·현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다.
박재홍은 연세대를 졸업한 후 1996년부터 현대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이미 거포 본능을 뽐냈던 그는 프로 첫 시즌부터 만개한 기량을 자랑했다. 126경기에 출전해 30홈런·108타점·타율 0.295를 기록해 야구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빠른 발로 36도루까지 기록해 KBO리그 첫 ‘30-30 클럽’에도 이름을 올렸다.
박재홍은 그 해 홈런왕과 타점왕을 차지하며 만장일치로 신인왕에 올랐다. ‘괴물신인’이라는 표현을 만든 주인공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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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시절 박재홍. 사진제공|SK 와이번스
박재홍은 강백호에 대해 5일, “덩치가 있는 스타일인데도 불구하고 몸이 굉장히 유연하다. 배트와 허리가 같이 도는 데, 그 회전력이 상당히 좋다”고 말했다. 이어 “신인이 첫 시즌에 배트를 제어한다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공을 따라가는 모습을 보면, 컨택 능력이 매우 좋다. 중심이동을 잘 할 때 따라오는 결과다”고 설명했다.
그는 같은 야구인이자 선배로서 지켜보는 ‘후배 강백호’에 대해서도 진심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박재홍은 “지금 강백호에게 많은 관심이 쏠려 있다. 본인이 잘 하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마인드컨트롤을 잘해야 한다. 절대 들떠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어 “한 계단씩 오른다는 생각을 하면 오히려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첫 시즌에는 누구든 의욕이 넘친다. 성적까지 따르다 보면 성장을 두 계단, 혹은 세 계단씩 하려는 마음이 생긴다. 조급해 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미 충분히 좋은 타자고, 높은 잠재성도 가지고 있다. 단번에 욕심을 낼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강백호의 홈런왕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금은 나 때보다 경기수가 많다. 산술적으로 40개 이상을 쳐야 타이틀을 노릴 수 있다. 쉽지는 않을 거다. 그러나 절대 안 된다는 법도 없다. 지금처럼 좋은 페이스만 유지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