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결산법인 533개사 분석
글로벌 경기 회복과 수출 호조에 힘입어 국내 기업의 덩치(매출)는 물론이고 영업이익, 순이익이 동반 성장했다. 매출은 제자리이지만 구조조정 등으로 허리띠를 졸라매 이익을 내던 ‘불황형 흑자’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올해는 글로벌 무역전쟁과 주요국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이 같은 기업의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1000원어치 팔아 63원 남긴 기업들
지난해 영업이익도 157조7421억 원으로 28.17% 불어났다. 특히 순이익은 114조5926억 원으로 40.12%나 급증했다.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글로벌 경기 호조로 국내 수출 기업이 반사이익을 누리면서 매출과 수익이 동시에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2016년에는 매출이 정체(증가율 0.8%)된 상태에서 순이익만 18% 이상 급증해 기업이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으로 이익을 쥐어짜 만들어낸 ‘반쪽짜리 호황’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상장사들이 장사를 얼마나 잘했는지 보여주는 지표도 일제히 좋아졌다. 매출액 대비 얼마나 많은 이익을 남겼는지를 보여주는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8.65%, ‘매출액 순이익률’은 6.29%로 전년 대비 각각 1.23%포인트, 1.35%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상장기업이 1000원어치를 팔아 86원 넘는 영업이익을 내고 이 중 63원가량을 손에 쥐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실적 개선이 반도체, 정보기술(IT) 등 일부 기업에 쏠려 있는 현상은 여전했다.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코스피 상장사의 영업이익과 순이익 증가율은 각각 10.94%와 22.61%로 낮아졌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53조6450억 원으로 전체 상장사의 34.01%를 차지했다.
○ “올해 코스닥 상장사 성장 더 가파를 것”
다만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어려움을 겪었던 기업들은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자동차, 화장품, 게임업종의 실적이 좋아지고 반도체가 지난해 실적 수준을 유지한다면 올해 코스피 상장사의 전체 순이익은 8∼10% 정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근창 센터장은 “글로벌 경기 상승에 따라 국내 정유·화학업종도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코스닥 상장사의 성장세가 더 두드러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집권 2년 차를 맞아 정부의 코스닥 지원책이 본격화되면서 코스닥 상장기업들의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30%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