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반 헐스트.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600명 이상 유대인 어린이의 생명을 구한 네덜란드 교육자 겸 정치인 헐스트 씨가 22일 107세를 일기로 타계했다고 28일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1940년 네덜란드를 침공했던 나치 독일은 1942년 여름부터 2년 간 네덜란드 내 유대인들을 유대인 수용소로 보내는 작업을 했다. 유대인들이 수용소로 이송되기 전 기착지로 이용된 극장이 헐스트 씨가 운영하던 교사양성소 길 맞은편에 있었다. 극장에 소집된 유대인 중 12세 이하 아이들은 교사양성소와 담벼락을 함께 쓰던 유대인 유치원에 수용됐다.
기록에서 사라진 아이들은 유치원에서 교사양성소로 옮겨졌다. 헐스트 씨는 길 건너편 극장에 서있는 나치 군인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전차가 극장과 유치원 건물 사이에 정차하는 짧은 시간을 틈타 어린이들을 바구니와 자루에 담아 구출했다. 교사양성소에 숨어있던 아이들은 이후 네덜란드 내 안전한 지하 대피소로 옮겨졌다.
이렇게 헐스트 씨가 목숨을 구한 아이들이 600명 이상이다. 하지만 그는 생전 언론 인터뷰에서 “영웅이 되고 싶지 않다”며 이렇게 말했다. “저는 제가 구하지 못했던 수천 명의 아이들을 늘 떠올립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