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 챔프전 MVP 김정은
우리은행 김정은이 V10 기념 모자를 쓰고 포즈를 취했다. “너의 재기를 어떻게든 돕겠다”던 위성우 감독을 믿고 팀을 옮긴 김정은은 프로 데뷔 13년 만에 생애 첫 우승에 챔프전 최우수선수 타이틀까지 따내며 우리은행의 통합 6연패를 이끌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가끔 제 기사 댓글 보면 (오인하고 클릭해) ‘낚였네’ 하는 반응도 많아요. 덕분에 조회수가 오른 것도 있을 거예요(웃음). 예전에는 개명할까 고민도 했는데 엄마가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이라고 절대 안 된다고 했어요. 뭐 ‘대포동 슛’이니 ‘수령님’ 같은 별명도 이제는 재밌게 받아들일 수 있어요.”
이번 우승은 김정은의 농구 인생을 통틀어 가장 특별했다. 처음 입단했던 신세계에서 해체를 겪었고 KEB하나은행에서는 ‘첼시 리 사태’(2015∼2016 시즌 한국계 혈통으로 위장한 첼시 리가 위조 서류로 특별귀화를 받은 게 발각돼 그해 KEB하나은행 팀의 모든 성적이 삭제된 사건)로 사상 첫 챔피언결정전 출전 기록도 모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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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신한은행 2017-2018 여자프로농구’ 청주 KB와 아산 우리은행의 챔피언 결정전 3차전 경기에서 우리은행이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통합 6연패 달성한 우리은행 김정은이 그물 커팅을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주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애들이 ‘처음엔 눈물 좀 많이 나실 거예요’ 그러더라고요. 비시즌 우리은행 서킷 훈련 소문은 익히 들었는데…. 훈련 마치고 체육관 가는 계단에서 이적생 동기 (박)태은이랑 ‘정말 말도 안 되지 않냐’하면서 펑펑 울었어요. 그러다 울고 있는 저희가 웃겨서 웃고…. 이렇게 울면서 농구한 건 처음이에요. 매일매일 한계를 느꼈어요.”
2년간 별다른 활약 없이 부상에 신음하다 친정을 떠나던 김정은에게는 ‘우승하려고 친정을 버렸다’, ‘우리은행에 가 숟가락만 얹으려 한다’는 비난도 적잖았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 힘들게 우승을 따낸 위성우 감독과 동료들은 시즌 내내 “김정은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김정은의 생각은 달랐다.
우리은행 김정은이 21일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챔피언 트로피에 입맞춤하고, MVP까지 차지한 뒤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청주 | 김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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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