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들인 ‘4대강 마지막 댐’ 예년보다 한 달 빨리 녹조 발생 댐 주변에 농축산업 시설 많아 비료-분뇨 강으로 흘러들어 “환경영향평가 부실이 원인”
17일 경북 영주시 영주댐 상류 10km 지점에 녹조가 선명하다. 녹조는 보통 4월 중순경 기온이 오르면서 생기지만 14일 기온이 크게 오르면서 일찍 녹조가 생겼다. 지난달 말부터 영주댐은 물을 최저 수위만 남겨두고 방출하고 있는데 물이 고이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내성천보존회 제공
이날 영주댐의 저수율은 0.3%에 불과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달 말부터 영주댐의 물을 최저수위만 남겨두고 방출하고 있다. 2016년과 지난해 연이어 녹조와 흑수(黑水)가 발생해 물이 고이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3월 중순에 불과한 이날 댐 인근 물은 이미 녹색 빛을 띠고 있었다. 녹조는 보통 4월 중순경 기온이 오르면서 생기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달 14일 기온이 20도까지 오르면서 예년에 비해 녹조 발생 시기가 앞당겨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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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댐 건설 목적 중 하나는 ‘낙동강 유역 수질 개선을 위한 수량 확보’다.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의 1급수를 저장했다가 하류로 흘려보내 낙동강의 수질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댐 건설 이후 내성천의 물은 1급수에 미치지 못했고, 오히려 독성이 있는 녹조가 나타났다.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애초 댐 건설 계획부터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주변에 농축산업 시설이 많아 비료와 분뇨가 강으로 흘러드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주댐에서 댐 상류로 가는 길 양옆으로 퇴비가 뿌려진 밭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김정욱 서울대 명예교수는 “영주댐의 녹조는 비료 등 유기물질 분해로 인해 나타나는 것”이라며 “흑수도 유기물 오염이 계속돼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오히려 댐 건설 이전 내성천은 물이 계속 흐르는 데다 모래가 필터 역할을 해 1급수를 유지했다고 한다. 시인 김소월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의 모티브가 된 강이 바로 내성천이다. 하지만 댐 건설로 모래를 파내면서 지금은 모래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날 영주댐 바닥은 진흙이거나 크고 작은 돌들만 무수히 쌓여 있었다. 나뭇가지와 페트병 등 각종 쓰레기도 나뒹굴었다.
전문가들은 부실한 환경영향평가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애초 환경영향평가 당시 녹조와 흑수를 비롯해 향후 생길 수 있는 환경문제를 면밀히 적시해야 했지만 이런 내용이 담겨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통상 환경영향평가는 사계절 영향을 감안해 평가서를 작성해야 하는 만큼 1년가량 걸리지만 영주댐 환경영향평가는 5개월여 만에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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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