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김광현이 전성기를 연상시키는 강력한 구위를 뽐내며 복귀전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소속팀은 물론 한국야구에도 소중한 보물이 건강하게 돌아왔다. 25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롯데전에 선발등판한 김광현이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가 드디어 개막했다. 각 구단 관계자들과 현장의 전문가들은 올 시즌 판도를 대략 ‘3강4중3약’으로 본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은 KIA와 두산에 SK를 더해 3강으로 분류한다. 시범경기를 1위로 마친 kt 김진욱 감독도 “SK가 좋다. 무게감이 다르다. 김광현의 복귀가 큰 힘이다. (지난해까지 선발투수로 활약했던) 윤희상이 중간으로 갈 정도니까”라며 후한 점수를 줬다.
김광현(30)의 건강한 복귀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으로 상징되는 한국야구의 황금기를 연 에이스이기 때문이다. 묵직한 이름값으로나, 화려한 이력으로나 그의 복귀는 KBO리그의 흥행에 분명 호재다. SK를 우승 후보로까지 격상시키는 존재감 또한 무시하지 못한다. 올 시즌 내내 어떤 형태로든 지속적으로 화제를 모을 인물이 김광현이다.
SK 김광현. 스포츠동아DB
● 533일만의 복귀전…변함없는 위력
사실 시범경기 때부터 이미 기대감을 낳았다. 체감온도가 섭씨 5도 안팎에 불과했던 20일 kt전(3이닝 3안타 1볼넷 4탈삼진 2실점)은 시즌 개막에 앞선 마지막 점검무대였다. 이날도 직구 최고구속은 148㎞에 이르렀다. 3회초 심우준에게 좌월2점홈런을 내준 것이 옥에 티(실투가 아닌 몸쪽으로 잘 붙인 볼이었다)였을 뿐, 전매특허인 슬라이더를 비롯한 3가지 변화구까지 효과적으로 구사했다. 여러 국제대회에서 그가 ‘일본 킬러’로 부상할 수 있었던 슬라이더만 전성기 같은 위력을 되찾는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장에서 직접 확인한 김광현의 피칭은 인상적이었다.
SK 김광현. 스포츠동아DB
● 더 오랜 인내가 필요한 김광현과 SK
25일 시즌 첫 등판에서 눈길이 쏠린 대목 중 하나는 투구수였다. 총 78개로 이닝당 15.6개에 그쳤다. 올 한해 김광현은 제한적으로 마운드에 오를 예정이다. 토미존 서저리로 알려진 팔꿈치인대접합수술을 받고 돌아온 첫 시즌이라 SK 구단과 코칭스태프는 ‘110이닝 이내 투구’의 틀 속에서 철저히 그를 보호하기로 했다. 아직 30대 초반에 불과한 팀의 기둥투수에게 적절한 조치다. 그를 위해 몇 가지 세밀한 점검기준도 마련했다. 한마디로 ‘애지중지’다.
SK의 이 같은 방침은 시즌 막판까지 지속되어야 한다. 벌써부터 다른 팀들에선 그 실효성에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순위경쟁이 치열해지면 김광현 본인은 물론 팀도 욕심을 부려 무리한 등판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걱정하지 않아도 되리라고 본다. 혹독한 인내가 필요한 재활과정을 무사히 마친 김광현과 이를 묵묵히 지원한 SK이기 때문이다. ‘완벽한 몸’이 될 때까지 모두가 다시 한 번 인내심을 발휘해야 한다.
SK 김광현. 스포츠동아DB
● 김광현의 성공적 복귀를 바라는 또 하나의 이유
김광현은 앞으로도 ‘한국야구의 보배’여야 한다. 올해 열리는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은 차치하더라도 2년 뒤 도쿄올림픽은 한국야구의 명예회복 여부가 걸린 무대다. 모든 구성원의 땀과 노력이 결집되어야만 지난 2차례의 WBC(2013·2017년)에서 당한 수모를 씻을 수 있다. 건강해진 김광현은 12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다시 한 번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다. 그의 성공적 재기를 염원하는 여러 이유들 중 하나다.
우리는 생생히 기억한다. 왼 다리로 굳세게 마운드를 밟고, 오른 다리를 힘차게 뻗고는 포수 미트를 향해 불같은 강속구를 던지던 김광현의 모습을. 마치 한 마리 학처럼 우아하기까지 한 그 동작은 감탄사마저 불러일으켰다. ‘시작이 절반’이라고 했다. 이제 막 재기를 향해 힘차게 발걸음을 내디딘 김광현이 무탈하게 시즌을 마친 뒤 활짝 웃을 수 있기를 바란다.
정재우 전문기자 ja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