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8주기 추모식 유족들 호소 “北 김영철 방남에 또한번 상처, 靑에 北소행 확답 요청… 답 없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아쉬움 쏟아내, “우리 아들들 너무 울어 안개낀듯” 희뿌연 침몰해역 보며 눈물
24일 인천 옹진군 백령도 ‘천안함 46용사 위령탑’에서 천안함 8주기 추모식이 열리고 있다. 백령도=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 아직 바닷속에 내 아들 있는데…
오후 3시 열린 추모식에는 유족 51명과 생존 장병 14명이 참석했다. 해병대 등 군 관계자도 함께했다. 먼저 헌화와 묵념이 시작됐다. 8년이 지났지만 아픔은 여전했다. 한두 명의 소리 죽인 울음은 추모식이 진행되면서 전체로 퍼져나갔다. 유족과 전우들은 위령탑 앞에 부조로 새겨진 46용사의 얼굴을 어루만지면서 허공에 이름을 불렀다.
추모식 후 해상 위령제가 열렸다. 매년 배를 타고 폭침 현장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올해는 안개가 발목을 잡았다. 어쩔 수 없이 가까운 바다에서 진행됐다. 유족과 전우들은 전사자의 이름을 부르며 국화꽃을 바다에 던졌다.
고 강태민 상병의 아버지 강영식 씨(58)는 소주 한 잔을 바다에 뿌렸다. 강 씨 역시 아들의 시신을 찾지 못했다. 그가 매년 거르지 않고 백령도 땅을 밟는 이유다. 강 씨는 “우리 애가 아직 바닷속에 있으니 늘 미안하다. 5주기 때 더 이상 슬퍼하지 말자고 했지만 사람 마음이 그게 잘 안 된다”라고 말했다.
안개는 25일에도 가시지 않았다. 결국 뭍으로 가는 여객선 출항이 취소됐다. 이날 오후 유족들은 다시 위령탑을 찾았다. 한 유족이 아들의 부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들, 내일 엄마 나갈 수 있게 안개 풀어 줄 거지?”
위령제 후 유족 분위기는 더 침울해 보였다. 예년과 달리 폭침 현장에 가지 못한 탓인지 허탈한 모습이었다. 담뱃불을 붙인 이 회장의 표정도 착잡해 보였다. 그는 17년간 담배를 끊었다가 이번에 백령도를 찾아 다시 피우기 시작했다. 이 회장은 “초등학생 손편지에도 답을 해주는 대통령이 천안함 가족에게는 답장이 없다”고 말했다. 성명서를 읽을 때보다 차분한 목소리였지만 아쉬움이 진하게 배어 나왔다.
천안함 유족들은 ‘폭침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확실히 밝혀 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여러 차례 청와대에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한 번도 답장이 오지 않았다. 오히려 천안함 유족을 소외시키는 듯한 모습에 답답함을 느꼈다고 한다. 23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서도 천안함 언급이 줄어 유족들이 마음아파 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만약 (정상회담에서) 우리 대통령이 하지 않는다면 미국 대통령이라도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북한의 사과를 받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황성호 hsh0330@donga.com / 백령도=조응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