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만에 신간 ‘Pre-suasion’ 출간 ‘설득의 심리학’ 저자 치알디니 교수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심리학과 교수인 로버트 치알디니(사진)에 따르면 처음 보는 이성에게 말을 걸 때 말의 내용만큼 중요한 것이 장소와 맥락이다. 실제로 프랑스에서 이런 실험이 진행됐다. 다양한 가게가 있는 쇼핑몰 안에서 남성이 처음 보는 여성에게 말을 걸었다. 은행, 빵가게, 옷가게 앞에서 시도했을 때보다 꽃가게 앞에서 시도했을 때 전화번호를 받을 확률이 훨씬 높았다. 꽃은 로맨스를 연상시킨다. 단지 꽃가게 앞을 지나는 것만으로도 여성의 머릿속에는 전화번호를 타인에게 넘길 때 생기는 걱정보다 혹시나 모를 로맨스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는 것이 치알디니의 설명이다.
치알디니는 심리학과 경제학, 경영학을 접목한 행동과학 분야의 대가로 꼽히며 베스트셀러 ‘설득의 심리학’의 저자로도 유명하다. 본인에 따르면 1984년 출간 이래 전 세계적으로 300만 권 이상, 한국에서만도 75만 권 이상 팔렸다고 한다. 그는 72세지만 여전히 애리조나주립대에서 강의와 연구, 저술활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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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의 심리학’의 소재는 어떻게 얻은 것인가
치알디니는 이 책에서 설득의 6가지 법칙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상호성의 원칙’은 사람이 받은 만큼 돌려주려는 본성이 있음을 지적한다. 공짜 화장품 샘플을 나눠주면 구매율이 올라가고, 꽃이나 배지를 나눠주면 자선단체 모금이 쉬워지는 것이 대표적이다.
―30여 년 만에 신간 ‘Pre-suasion’을 냈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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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랬는가.
설득법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 보니 기업뿐 아니라 선거를 앞둔 정치인도 치알디니를 찾는다. 유권자를 어떻게 설득할지를 묻기 위해서다. 그는 2012년 미국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선 자문단에서 일했고 2016년에는 힐러리 클린턴 캠프를 도왔다. 하지만 치알디니는 “그들이 내 의견을 묻기는 했지만 그대로 따르지 않았다”며 클린턴 캠프를 완곡하게 비판했다. 오히려 상대편이었던 트럼프 캠프의 전략을 칭찬했다.
―2016년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많은 사람이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사람들이 트럼프의 설득 기술에 넘어가버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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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정통 심리학자인데, 이렇게 학술서가 아닌 대중서적을 내는 이유는 무엇인가.
“과거의 심리학자들은 우리 스스로를 위한 책을 썼다. 학계에서만 돌려보는 책들이었다. 나는 그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학자들이 하는 연구는 대부분 시민이 내는 세금과 기부금, 학비 등으로 이뤄진 것이다. 시민은 자신의 돈으로 실행된 연구의 결과를 알 권리가 있고, 학자는 일반 시민에게 연구 결과를 설명해줘야 하는 의무가 있다. 요즘은 많은 학자가 대중을 타깃으로 하는 책을 펴낸다. 이제 학자들도 깨닫고 있다. 진정으로 과학에 충실한 책을 쓴다면 학자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가치 있는 통찰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조진서 기자 cj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