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를 모은 ‘어서와 한국은처음이지’ 인도 멕시코 출연진
“무계획, 천진난만하고 흥 넘치는 멕시코식 여행이 내 스타일.”
1일 방영한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 대한 시청자 반응이다. 한국에 와본 적 없는 외국인들의 한국 여행을 관찰하는 예능 프로그램 ‘어서와…’는 지난해 6월 시작해 방송 6개월 만에 채널을 대표하는 간판프로그램이 됐다. 핀란드 출연자가 서울 남대문시장 생선구이 집 좌식 테이블에 쪼그리고 앉아 쌀밥에 생선살과 간장을 비벼 먹는 모습 등은 두고두고 화제가 됐다. 입소문을 타며 시청률도 4~5%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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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너무 반향이 컸던 게 문제였을까. ‘어서와…’가 잘된 뒤로 외국인 관찰 예능프로그램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지고 있다. 국내외 유명인사들이 서로 집을 바꿔 살아보는 ‘내 방을 여행하는 낯선 이를 위한 안내서’(SBS)와 외국인 관광객이 연예인의 집에서 숙박하는 ‘서울메이트’(올리브TV), 공항에서 만난 외국인을 서울까지 차로 에스코트 해주는 ‘친절한 기사단’(tvN) 등이다.
물론 이전에도 외국인 예능프로그램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엔 리얼리티를 표방한 관찰예능으로 바뀌는 추세다. ‘어서와…’처럼 익숙한 한국 풍경을 외국인의 시선에서 보여줘 신선함을 주는 전략이다. ‘서울메이트’에서는 프랑스인 파비안과 엘레나가 개그우먼 김숙과 함께 한강을 걸으면서 주변에 팬들이 몰려들자 김숙이 유명인임을 알게 된 에피소드가 화제였다. 야식을 함께 먹고, 가수 김광석의 노래를 들으며 교감하는 장면은 낯선 외국인을 이웃처럼 가깝게 느껴지게 만든다.
그러나 너무 급조한 탓인지 비판도 늘어난다. 화제성을 좇다보니 다른 문화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7일부터 방송을 시작한 KBS2 ‘하룻밤만 재워줘’는 사전 섭외 없이 현지인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일상을 공유하는 컨셉트. 출연진들이 해외 길거리에서 외국인에게 ‘당신의 집에서 묵어도 되겠느냐’고 묻는 모습을 두고 민폐 논란이 일었다. 남성 출연진이 여성에게 집에 가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불편하다는 시청자들이 많았다. 제작진 측은 “촬영할 때 함께 한 일반인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선물도 많이 드렸는데 그런 부분은 방송에 나오지 않아 오해를 산 것”이라며 “현지인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언어적인 부분에서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국인 관찰 예능이 유행이라고 흥행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7개국의 남녀가 농촌에서 함께 생활하며 공통으로 사용하는 언어를 만든다는 tvN ‘바벨 250’은 마지막 회 시청률이 0.546%로 조용히 문을 내렸다. 지난달 12일부터 시작한 XtvN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는 외국인 청춘남녀들이 합숙하며 애정 구도를 형성하는 소재인데 좀처럼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 방송사 PD는 “단순히 외국인 출연 자체나 ‘한국 문화 최고’라는 식의 전개로 관심을 끌려 해서는 안 된다”며 “초기 ‘어서와…’처럼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한국이 개선해야 할 점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