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올해의 음악가’ 첫 주자… 올해만 한국서 세 번의 공연 앞둬
‘노래하는 인문학자’ 이언 보스트리지는 “젊고 뜨거운 한국 관객들과 친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투명한 음색과 뜨거운 표현력, 풍부한 해석으로 3대 테너 이후 최고의 테너란 평가를 듣는다. 서울시향 제공
그런 그가 올해 한국을 3번이나 찾는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신설한 ‘올해의 음악가’ 제도 첫 주자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6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IBK무대에서 서울시향 단원들과 협연한다. 10, 11일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벤저민 브리튼의 ‘테너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녹턴’을 공연한다. 7월과 11월에도 공연이 예정돼 있다.
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그는 “지난해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린 ‘클래식 음악의 미래’ 콘퍼런스에서 당시 서울시향 상임작곡가였던 진은숙 씨를 만나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보스트리지는 “음악가가 집중 조명받을 수 있는 장기적 기회를 얻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며 “하나하나 공연에 최선을 다하면 장기적 성취로 이어질 거라고 믿는다”고 기대했다.
“1994년 호주에서 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 무대에 섰어요.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면서 아마추어로 공연하던 때였죠. 그때 성악가로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처음 했습니다. 예술가로 변신한 뒤 오히려 자유롭고 풍부한 글쓰기가 가능해졌어요.”
그는 음악계에서 ‘슈베르트의 심연에 가닿은 성악가”란 평가를 듣는다. 해당 곡이 처음 소비되던 당대의 맥락을, 성배를 찾듯 치열하게 고민해 노래에 반영한다. 슈베르트 대표곡 ‘겨울 나그네’ 24곡을 분석한 저서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는 그 여정을 집대성한 결과다.
보스트리지 특유의 ‘노래를 부를 때 큰 키로 움츠러드는 모습’을 인상적으로 평가하는 해외 평단의 반응에 대해서도 슬쩍 물어봤다.
“‘표현’과 ‘자제’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건 오랜 과제예요. 너무 몰입했다 싶으면 자제하려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죠. 이런 표현의 문제를 포함해 저는 늘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합니다. 요즘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소프라노 마르헤이트 호니흐에게 개인 레슨을 받는걸요.”
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