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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배우 엄지영 “오달수, 사과는 커녕 없던 일로 만들어…또 다른 피해자 있을 것”

입력 | 2018-02-27 21:04:00

사진=JTBC ‘뉴스룸’ 캡쳐


연극배우 엄지영 씨가 자신도 배우 오달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엄 씨는 27일 방송된 JTBC ‘뉴스룸’과의 인터뷰를 통해 전날 오 씨의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A 씨를 언급하며 “오달수 씨가 사과를 할 줄 알았으나 사과는 커녕 (제보자가)실명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없었던 일처럼 말하는게 용서가 안됐다”며 직접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고 나선 이유를 밝혔다.

엄 씨는 자신이 당한 성추행 피해에 대해 “2000년 초반, 부산에서 연희단 사람들과 함께 오달수를 만났고 2003년 서울 오디션이 열리자 그에게 조언을 구했다. 자기가 얼굴이 팔려 있어서 부끄럽다며 들어가자고 한 곳이 모텔이었다. 이혼해서 집이 없고 그곳이 숙소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머뭇거리니까 (오달수가) ‘네가 자꾸 그러니까 내가 좀 그렇잖아’라고 해서 결국 따라 들어갔고 성추행을 당했다. 편하게 이야기하자며 더운데 씻자고 하면서 옷을 벗겨주려고 제 몸에 손을 댔다. 화장실에서도 계속 그러려고 하길래 도망쳐서 큰 일은 피했다”고 주장했다.

엄 씨는 “처음에 (성추행 관련)글을 올리신 분을 보고 ‘나도 얘기할 수 있겠구나’라고 기다렸다. 그런데 그 분이 마녀사냥을 당하면서 글을 내리더라”며 “저 역시 제 이름을 공개하지 않으면 없었던 일이 될 것 같았다”고 했다.

엄 씨는 “지금도 오는 길에 ‘얼굴보고 얘기하자’라는 것을 보고 너무 기가 막혔다. 그래서 ‘그래 얼굴 보고 얘기하자’라는 생각이 들어서 오게 됐다”고 했다.

현재 연기 입시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밝힌 엄 씨는 “그 아이들이 열심히 해서 연극영화과에 가고, 현장에서 일을 하면서 또 저 같은 일을 당하게 될까봐 그게 너무 싫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침묵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선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며 “그런 일을 당했을 때 ‘왜 그러세요?’라고 하면 ‘나는 네가 후배로서 귀여워서 하는 말이었는데, 네가 그런 식으로 받아 들이면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되지 않느냐’는 이런 식의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더 거부하면 연습 중에 욕을 하는 등의 분위기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저희 때는 무대라는 것도 별로 없었고, 저희가 설 수 있는 공연 자체도 별로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연출들과 선후배 사이에서 ‘쟤 싸가지 없으니 쓰지 마라’라는 이런 얘기들을 한다. 나는 연극을 계속해야 됐었기 때문에 말 할 수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오달수에게 당한 또 다른 피해자가 있느냐는 물음에는 “실명을 듣거나 한 적은 없지만, 제가 연희단거리패에 있던 사람들과 공연을 하면서 들었던 얘기가 엄청 많았다”며 “분명히 저는 더 있을 것이라고…”라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피해자가)더 있다는 것이 미안하고 힘든 일이지만, 더 나와 주셨으면 좋겠다. 그래서 오달수 씨가 증거가 없고, 없었던 일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여자 배우인 제가 무엇을 위해 제 얼굴과 이름을 대고 그런 일을 당했다고 말을 하겠는가”라며 호소했다.

한편 오달수는 지난 26일 최근 제기된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저를 둘러싸고 제기된 주장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 그런 행동은 하지 않았다”며 부인한 바 있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dn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