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평창’ 외교전]남북 이틀째 비공개 접촉
경계 삼엄한 김영철 숙소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26일 온종일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영철이 머문 서울 워커힐호텔 로비 앞을 밤늦게까지 지키던 경찰들이 사진을 찍지 말라고 제지하는 모습.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 김영철에게 비핵화 직접 언급한 文 대통령
청와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김영철을 만난 자리에서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직접 언급하며 구체적인 요구를 제시했다. 다만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강조하고 있는 ‘선(先) 핵동결 후(後) 핵폐기’의 2단계 비핵화 로드맵은 아니었다고 한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이런 제안을 김영철이 경청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9일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우리 측의 비핵화 발언에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좋지 않은 모양새를 가져갈 수 있다”고 발끈했던 것과 다른 태도다.
○ 김영철, 북-미 대화 ‘전제조건’ 언급 안 해
김영철은 정의용 실장과의 회동에서는 문 대통령 접견 때보다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했다고 한다. 김영철은 정 실장에게 “미국과의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 우리는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며 대화 의지를 재차 강조하면서도 핵보유국 지위 보장 등 전제조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았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표단이 북한에 돌아간 뒤 협의해야 할 사안들도 있는 만큼 당장 합의가 나오기는 어렵다. 북-미 대화를 위해 북한이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정 실장과 김영철이 여러 카드를 논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철 등 북한 대표단은 워커힐호텔에서 정 실장 등과 오찬을 한 데 이어 오후 늦게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 정부 당국자들과 회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5시경에는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워커힐호텔에서 나오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워커힐호텔은 뒤편으로 차량을 타고 들어가면 외부에서는 보이지도 않고 알 수도 없다. 이 때문에 북한 인사들이 서울에 오면 숙소로 선호한다”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황인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