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난화/이성현 지음/472쪽·3만5000원·들녘
조선 후기 문인이자 실학자인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1786∼1856)도 그렇다. 보는 관점에 따라 호불호가 엇갈린다. 현역 화가이자 교육자인 저자의 말을 빌리면, 추사체를 떠올리며 강한 개성의 빼어난 예술가라는 극찬과 독선적이고 권력욕 강한 정치가라는 비판이 혼재한다. 이를 두고 저자는 “평자들의 해석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유독 추사 선생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는 건 선생이 사용한 어법이 생소해 무슨 말(의미)인지 제대로 못 알아들어 생긴 오해일 수 있다.… 연구자(미술사가)라면 (추사의) 독창적 형식에 내포된 의미를 풀어내야 마땅하다.”
군자의 풍모를 의인화한 ‘세한삼우(歲寒三友·송죽매)’가 ‘사군자(四君子·매란국죽)’로 바뀐 과정을 추론한 것도 흥미롭다. 소나무, 대나무, 매화는 인내를 최고의 덕성이라 여기며 살았던 이들의 가치관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소나무 대신 난초와 국화로 대체됐다.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졌다는 얘기다.
사군자 가운데 난의 상징성을 ‘현장 상황을 정확히 알려주는 목소리’라고 저자는 규정했다. 난초는 선비의 고아한 풍격(風格)이라는 세간의 상식과 정반대로 변방의 험난한 생존 현장을 살아온 백성을 상징한다. 난향이란 바로 이런 백성의 요구를 전하는 소식을 뜻한다.
저자는 현대 미술사가들의 추사 평론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이렇게 글을 맺는다. “깊이 있는 대화는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에서 시작된다. 준비 없이 상대(추사)를 만나는 것이 무례임을 알아야 무시당하지 않는 법이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