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통상 마찰]美 무역공세 국내영향 가시화
21일 휴스틸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미국이 강관 등 철강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53%까지 높이면 현재 공장 3곳의 가동률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공장 추가 설립을 구상하다 최근 미국의 움직임을 보고 접기로 했다”고 밝혔다.
휴스틸이 구상 단계에서 접은 여수공장은 2000억 원을 투자해 지은 충남 당진공장 규모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휴스틸은 미국 건설사 벡텔, 에너지 기업 윌리엄스 등에 강관을 납품해온 강관 전문 기업이다. 휴스틸 관계자는 “보통 미국 거래처가 2, 3개월 단위로 주문한다. 4월에 미국이 정식 발표하면 4월 주문분이 취소될까 우려된다”고 했다.
○ 납득 어려운 美 철강 압박
미국은 자동차, 기계, 항공기, 가전 등 자국 산업에 필요한 철강의 3분의 1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항공기 동체, 자동차 차체 등의 재료로 쓰이는 알루미늄은 연간 수요(약 550만 t)의 90%를 수입해서 쓴다. 알루미늄 수입관세가 오르면 맥주캔 제조비용도 올라 미국 전체 맥주가격이 뛴다. 미국에서 오히려 ‘철강장벽’에 대한 반발 여론이 높아지는 이유다.
미국 철강업계 실적도 최근 상승세여서 국내에서는 칼을 꺼내든 타이밍에도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 철강업계는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미국 경제 회복세와 건설경기 호조, 원유시추 증가, 에너지 분야 성장 등이 배경이다. 미국 최대 철강사 뉴코의 지난해 매출은 151억6000만 달러(약 16조2212억 원)로 전년보다 23% 늘었다.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39% 오른 14억4800만 달러(약 1조5494억 원)를 기록했다. US스틸도 2016년 영업손실 1억100만 달러(약 1080억 원) 적자에서 지난해 영업이익 4억6000만 달러(약 4922억 원)로 흑자 전환했다. 미국 철강업체의 피해를 거론하기에는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 美 가전도 소비자 피해 우려
이달 초 미국에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가 발동된 세탁기나 보복관세 부과 위기에 놓인 TV 시장에서도 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자 피해 우려가 나온다. TV처럼 미국 내 메이저 업체가 없는 시장에 대해서까지 ‘보복관세’를 거론하는 건 지지율을 감안한 정치 이슈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북미 TV 시장은 삼성전자가 36.6%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LG전자가 17.5%로 2위였다. 일본 소니(12.3%)가 뒤를 이었다. 미국 제조사 중에는 비지오가 10.4%로 4위에 올랐지만 주로 저가 제품을 생산하는 브랜드라 메이저 업체로 분류하긴 어렵다. 국내 TV업계 관계자는 “현지 TV 업체들의 경쟁력이 워낙 낮기 때문에 자국 산업 보호라는 명분을 들이밀 수 없다”며 “무역 불균형 등을 근거로 보복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소비자만 손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