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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선영-백철기 감독의 엇갈리는 진술, 수렁 빠지는 팀추월 女대표팀

입력 | 2018-02-20 22:15:00

여자 스피드스케이팅대표 노선영.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대표팀의 ‘민낯’이 여과 없이 드러나고 있다. 사태는 진실게임으로 번졌다. 팀추월의 미덕인 ‘원팀’ 정신은 완전히 실종됐다.

20일 오후 5시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 기자회견장.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대표팀 백철기(56) 감독과 김보름(25·강원도청)이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전날(19일)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에서 7위를 기록한 대표팀의 레이스 과정과 경기 종료 후 김보름, 박지우(19·한국체대)의 방송 인터뷰가 빚은 논란을 해명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시작부터 진정성을 의심케 했다. 사건의 중심인 노선영(29·콜핑팀)이 불참한 것이다. 백 감독은 “(노선영은) 몸살이 심해서 움직일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박지우도 “(노)선영 언니가 못 가면 나도 가지 않겠다”는 이유로 불참했다.

팀추월 국가대표 3인은 네덜란드와 레이스를 펼쳤는데 3분03초76을 기록했다. 문제는 결승선까지 두 바퀴를 남겨두고 앞선 김보름, 박지우와 세 번째 주자 노선영과의 간격이 크게 벌어졌는데도 노선영을 ‘버리다시피’ 하고, 레이스를 진행한 데서 비롯됐다. 가장 늦게 골인한 선수의 기록이 기준이 되는 팀추월 종목의 특성을 고려하면 정상적 레이스라 보기 어려웠다. 경기를 마친 직후 김보름, 박지우가 ‘자신들은 잘했는데 노선영이 못해서 이렇게 됐다’는 요지의 인터뷰를 하자 분위기는 걷잡을 수 없게 번졌다. 두 선수는 경기 직후 상심한 노선영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팀 정신을 망각한 김보름, 박지우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요청이 30만 명을 넘는 등 여론이 심상치 않다고 느낀 대한빙상경기연맹은 20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기에 이르렀다.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백 감독과 김보름은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안하느니 못한 회견이 돼버렸다.

백 감독은 “감독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그러나 노선영의 의사를 존중해 전략을 짰다. 서로 한 바퀴씩 돌아가며 선수들을 끌어주기로 했는데, 6바퀴 가운데 50%(3바퀴)를 김보름에게 맡겼다. 나머지는 노선영과 박지우가 돌아가며 선두를 맡는 전략을 짜고 훈련했다. 노선영이 ‘더 좋은 기록을 내기 위해선 앞 선수가 속도를 유지하고 뒤에서 따라가는 게 낫다’고 해서 이를 존중했다”고 주장했다.

김보름은 눈물을 흘리며 “정말 많이 반성하고 있다. 선두로 달리며 다른 선수들을 챙기지 못한 내 잘못이다. 경기 결과에 대한 억울함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백 감독이 몸살이라고 말했던 노선영은 이후 SBS와 인터뷰를 갖고 “대화는 없었고, 분위기도 안 좋았다”고 정면 반박했다. 노선영은 “훈련하는 장소도 달랐고, (김보름, 박지우와) 만날 기회도 별로 없었다. 경기에 대한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고 말했다. 백 감독의 ‘전략’에 관해서도 “내가 직접 말한 적이 없다. 전날까지 내가 2번(가운데) 주자로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경기 당일 (백 감독이) 물어봐서 ‘처음 듣는 얘기인데요’라고 했다”고 말했다.

강릉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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