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해보험 선수들이 18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전 득점 직후 환호하고 있다. 눈빛에서 이전과 다른 결의가 느껴진다. 사진제공 | 한국배구연맹(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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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리벤지 매치’라고 한다. ‘나(우리 팀)를 이겼던 상대’라는 근원적 공포심을 안은 채, 다시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KB손해보험의 18일 ‘도드람 2017~2018 V리그’ 대한항공전 승리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불과 사흘 전인 15일 인천에서 KB손해보험은 대한항공에 세트스코어 0-3으로 패했다. 의정부에서 열린 18일 리턴 매치마저 내주면 사실상 봄 배구는 물 건너가는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KB손해보험 권순찬 감독은 3일 전 패인에서 무언가를 얻고 나왔다. 센터의 중앙속공 비율을 올렸다. 이선규와 하현용은 공격 득점만 14점을 합작했고, 성공률은 80%를 넘겼다. 공격이 잘 풀리니 블로킹과 서브, 수비까지 됐다. 두 선수는 11점씩, 22점을 기록했다. 외국인선수 알렉스(23점)는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서브리시브 후 중앙 백어택(파이프 공격)에 가담했다. KB손해보험이 들고 나온 새 패턴에 대한항공은 대응하지 못했다. 후반기 전승(6연승)이었던 대한항공의 ‘하던 대로’는 결과적으로 독이 됐다. 세터 한선수는 좋았을 때와 달리 중앙을 살리지 못했다. 진성태는 0점, 조재영은 1점이었고 블로킹 점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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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손해보험 알렉스. 사진제공|KOVO
KB손해보험은 1~3세트를 전부 25-23으로 잡았다. 전술의 승리이자 주눅 들지 않은 용기는 근성의 우세를 점했다. 이로써 대한항공전을 3승3패로 마감한 KB손해보험은 상대전적에서 2패 이상 밀리는 팀이 아직 없다. 어느 팀을 만나도 위축되지 않는다는 증거다.
이 승리로 4위 KB손해보험은 승점 46(16승15패)이 됐다. 3위 대한항공(승점 52, 19승12패)과의 격차를 줄였다. 두 팀은 정규리그 5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KB손해보험이 봄배구를 하려면, 3위 팀과의 승점을 3점 이내로 좁혀야 준플레이오프가 성사된다. 시들할 뻔한 V리그 남자부 막판 레이스를 KB손해보험이 달구고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