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장인의 원숙함을 품은 칠레 최상급 와인 ‘뷰 원’
마차를 타고 포도밭을 둘러보는 뷰 마넨 방문객들(왼쪽)과 뷰 원 와인. [사진 제공 · 하이트진로㈜]
뷰 마넨은 1966년 미구엘 뷰 마넨이 설립한 와이너리다. 미구엘의 아버지는 스페인 카탈루냐(Catalunya)에서 온 이민자로, 산티아고에서 와인숍을 운영했다. 아버지의 사업은 꽤 성공했지만 미구엘은 늘 자신만의 와인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기회가 왔다. 오랫동안 거래해온 와이너리가 매물로 나온 것이다. 이 와이너리의 포도밭에는 프랑스에서 가져다 심은 우량한 포도나무가 가득했다. 미구엘은 곧바로 이 와이너리를 구매했고 자신의 이름을 따 뷰 마넨이라 명명했다.
갈비찜과 궁합이 맞는 카베르네 소비뇽. [사진 제공 · 하이트진로㈜, 동아DB]
칠레에서 숙원 이룬 스페인 이민자 뷰 마넨뷰 마넨이 위치한 곳은 산티아고에서 남쪽으로 130km 떨어진 콜차과 밸리(Colchagua Valley)다. 이곳은 팅기리리카강이 흐르고 기후가 따뜻해 먼 옛날 잉카시대에도 농경지로 쓰였고, 안데스에서 뻗어 나온 산줄기들이 이룬 다양한 토질의 경사면은 포도가 순수한 맛을 품으며 영글기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뷰 마넨의 밭에서는 총 14가지 포도가 자라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만한 품종은 말벡(Malbec)이다. 이 말벡은 평균 수령이 80년이나 된다. 말벡은 칠레보다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품종이지만, 뷰 마넨의 늙은 나무가 생산하는 말벡의 농축미는 일품이다. 이 말벡으로 뷰 마넨은 뷰 원(Viu 1)이라는 최상급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뷰 원의 첫 빈티지는 1999년이다. 안타깝게도 미구엘은 이 와인의 출시를 보지 못했다. 그는 2000년 유명을 달리했고, 와인은 2년간 숙성을 거친 뒤 2001년에야 출시됐다. 미구엘의 아들 호세 미구엘 뷰 가르시아는 아버지를 기려 이 와인을 뷰 원이라 이름 지었다. 뷰 가문의 으뜸이라는 뜻이다. 와인 장인의 원숙함을 품은 뷰 원. 설을 맞아 모처럼 찾아뵙는 어르신에게 드린다면 뜻깊은 선물이 될 것이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담은 엘 인시덴테(El Incidente)도 선물용으로 좋다. 엘 인시덴테는 스페인어로 ‘사건’이라는 뜻인데, 이 와인에는 현재 뷰 마넨을 운영하는 호세 미구엘과 관련된 뒷이야기가 있다. 호세 미구엘은 모험을 좋아하는 성격이라고 한다. 2006년 어느 날, 그는 260만㎡에 이르는 자신의 포도밭을 한눈에 둘러보고자 열기구를 준비했다. 친구들과 함께 드넓게 펼쳐진 포도밭의 장관을 즐긴 것까지는 좋았는데, 곧 기구에 문제가 생겼고 그들은 장터 한가운데 불시착하고 말았다. 장터에 모인 많은 사람이 놀라고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지만 다친 사람 없이 사건은 무사히 마무리됐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호세 미구엘은 이 일에서 영감을 받아 뷰 마넨을 대표할 와인을 하나 기획했다. 이 와인이 바로 엘 인시덴테다.
엘 인시덴테는 칠레를 대표하는 레드 품종 카르메네르(Carmenere)로 만든 와인이다. 매끄러운 질감 속에 농익은 열매의 달콤함과 향신료의 톡 쏘는 매콤함이 조화롭고, 발랄함과 생동감이 매력적이다. 불시착하는 열기구가 그려진 레이블도 독특하다. 한 해를 살다 보면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엘 인시덴테는 어떤 일이든 전화위복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는 재치 있는 선물이 될 것이다.
가족과 설음식을 나누며 부담 없이 마시기에는 뷰 마넨의 레제르바(Reserva) 시리즈가 좋다. 레제르바 시리즈에는 품종별 와인이 여섯 가지 있는데 레드 와인으로는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말벡, 메를로(Merlot), 카르메네르가 있고 화이트 와인으로는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샤르도네(Chardonnay)가 있다.
육전에 어울리는 카르메네르. [사진 제공 · 하이트진로㈜, 동아DB]
고기엔 레드 와인, 나물엔 화이트 와인고기를 씹다 레드 와인을 조금 마셔 고기를 적시면 와인의 타닌이 고기의 지방을 분해해 고소함이 한층 더 풍성해진다. 고기를 먹고 난 뒤 느끼함도 레드 와인 한 모금이면 개운하게 정리된다. 지방이 입안에 퍼져 있을 때 레드 와인을 마시면 타닌이 미각세포에 직접 닿지 않아 와인이 훨씬 더 부드럽게 느껴지고 과일향도 풍부해진다. 따라서 타닌이 많은 와인일수록 지방이 많은 요리와 즐기면 궁합이 잘 맞는다.
뷰 마넨의 레제르바 시리즈 가운데 카베르네 소비뇽과 말벡은 타닌이 많은 와인이다. 이 와인들은 갈비찜이나 쇠고기 산적처럼 두툼한 육질 속에 지방을 많이 품은 음식과 잘 어울린다. 반면 고기를 다져 만든 동그랑땡이나 고기를 얇게 썰어 부친 육전에는 타닌이 적당한 메를로나 카르메네르가 적당한 파트너다.
나물처럼 가벼운 음식과 잘 어울리는 소비뇽 블랑. [사진 제공 · 하이트진로㈜, 동아DB]
샤르도네는 묵직한 편이지만 레드 와인보다 무게감이 가볍고 과일향도 진하지 않아 잡채처럼 채소와 육류가 고루 섞인 음식에 잘 맞는다. 생선전, 호박전, 꼬치전 등 설에 장만한 전들을 한 접시에 모은 모둠전에 곁들일 와인으로도 샤르도네가 가장 무난하다.
뷰 마넨의 철학은 와인 하나하나에 정성을 기울여 최고 품질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한다. 설에 음식과 선물을 나누는 우리 마음의 뿌리도 정성이다. 모두에게 향기롭고 우아한 무술년이 되길 바라며, 건배!
<이 기사는 주간동아 2018년 112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