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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하나돼 싸운 한일전… 터졌다, 첫골

입력 | 2018-02-15 03:00:00

[평창올림픽]




얼싸안은 감격의 순간 랜디 희수 그리핀(왼쪽에서 두 번째)이 14일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아이스하키 여자 예선 B조 일본과의 경기에서 남북 단일팀의 첫 골을 성공시킨 뒤 팀 동료를 껴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강릉=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올림픽 사상 첫 남북 단일팀이 올림픽 첫 골을 기록했다.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과 일본의 B조 조별리그 최종 3차전이 열린 14일 강릉 관동하키센터. 단일팀, 일본 모두 2전 전패를 기록한 상태에서 맞붙었다.

이날 북한 응원단 170여 명이 스위스, 스웨덴전에 이어 경기장을 찾았다. 빨간색 방한복에 하얀색 모자를 쓴 응원단은 이전보다 더 열정적으로 응원을 펼쳤다. 한반도기를 흔들면서 “우리는 하나다” “이겨라! 우리 선수 이겨라!” 등의 구호를 힘차게 외쳤다.

일본은 경기 전부터 자신감을 보였다. 22명의 경기 명단에서 주전 골리인 후지모토 나나를 제외했다. 부상이 없는 후지모토가 빠진 것은 그가 없어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일본의 계산이었다. 일본은 한국이 8점 차로 진 스웨덴, 스위스에 1-2, 1-3으로 졌다. 후지모토는 두 경기 모두 주전으로 나서 92.31%, 88.64%의 세이브율을 기록했다.

일본은 주전 골리가 빠졌어도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세계 랭킹도 9위로 한국(22위), 북한(25위)보다 앞서 있다. 일본은 한국과의 역대 전적에서도 7전 전승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은 1골을 넣는 동안 일본에 106골을 내줬다. 2007년 창춘 겨울아시아경기에서는 무려 0-29로 졌다.

단일팀은 이날 황충금, 정수현, 김향미, 김은향 등 처음으로 북한 선수 4명을 출전 명단에 올렸다. 1, 2차전에서는 모두 북한 선수 3명을 기용했다. 1피리어드 초반 일본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는 듯했지만 1분 7초 만에 첫 골을 허용했다. 이어 3분 58초에 두 번째 골을 내줬다.

기대하던 골은 2피리어드에서 터졌다. 9분 31초 때 하프라인에서 박윤정이 앞서 있던 랜디 희수 그리핀에게 펜스를 맞히는 패스로 정확하게 퍽을 배달했다. 그리핀은 아다치 유리에와 경합하며 골대 쪽으로 퍽을 몰고 갔다. 골대를 힐끗 쳐다본 그리핀은 골대로 퍽을 날렸다. 골리 오른쪽 다리 안쪽을 맞은 퍽은 그대로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단일팀이 만들어낸 역사적인 첫 골이었다. 경기장은 환호로 뒤덮였고, 선수들은 서로를 안으며 기뻐했다.

단일팀은 1-4로 경기를 마쳤다. 단일팀은 18일 5∼6위 순위결정전에서 4강 플레이오프 탈락 팀과 경기를 치른다.

첫 골을 넣은 퍽은 한국의 박윤정이 챙겨 그리핀에게 전했다. 한수진은 “감독이 ‘기적을 바라지 말고 기적을 이루자’고 했다. 한일전이기 때문에 밀리지 않는 경기를 하려고 모두가 노력했다”고 말했다.

강릉=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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