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도권 아파트시장 활황세에서 비켜나 있던 경기 남부 신도시 지역의 집값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올 들어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매주 0.5% 안팎으로 가파르게 오르자, 분당·위례신도시(이상 성남시) 등 강남 인접지역을 넘어 광교(수원시) 평촌신도시(안양시) 등으로도 매수세가 옮겨붙고 있다.
○ 광교 집값 상승률 5개월 만에 서울 제쳐
과천시 등 경기 동남권의 다른 신도시들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과천의 경우 최근 일부 재건축 단지의 사업진행 속도가 빨라지면서 지난주 평균 매매가가 1.5% 뛰었다. 평촌신도시 역시 연초 하락세를 보였지만 지난주엔 0.26% 오르는 등 반등하고 있다.
분당·위례·판교신도시 등은 지난해 하반기(7∼12월)에 시작된 오름세를 연초에도 굳혀가는 모습이다. 분당·위례 아파트값은 올 들어 6주(1월 1일∼2월 9일) 사이에만 각각 3.92%, 2.54% 상승했다. 지난해 1년 동안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4.69% 올랐던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 강남·분당 급등세에 실수요자 ‘남쪽으로’
부동산 시장은 ‘대세 상승기’ 동안 잠잠하던 경기 남부, 특히 동남권 시장의 분위기가 올 들어 바뀐 데 주목한다. 광교, 평촌신도시 등의 집값은 강남지역이 폭등세를 보이던 지난해에도 큰 변동을 보이지 않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광교를 낀 수원시 영통구와 안양시 아파트 매매가는 각각 1.23%, 3.26% 상승했다. 같은 기간 강남4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 6.63%)나 분당구(7.22%)에는 턱 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투기과열지구 등 각종 정부 규제에서 벗어나 있는 것도 이들 지역에 호재가 됐다. 정부는 지난해 8·2대책 때 서울 전역을 투기과열지구, 투기지역으로 지정한 데 이어 ‘9·5부동산대책’을 통해 분당을 투기과열지구에 포함시켰다. 여기에서 제외된 광교·평촌신도시와 용인시는 강화된 주택담보대출 규제 등을 적용받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투자 목적의 매수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급등세가 지속될 경우 정부가 언제든 투기과열지구 등을 추가로 지정할 수 있다”며 “신도시 지역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이 떨어지는 추세여서 전세와 대출을 끼고 여러 채를 사는 방식의 이른바 ‘갭투자’는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