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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차 탱크 5분이면 바닥… “소화전 막으면 큰일나요”

입력 | 2018-02-12 03:00:00

[알아야 지킨다, 족집게 ‘생존 수칙’]<5> 도로소화전 찾는 훈련 해보니




8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한 골목길에 설치된 지하식 소화전 위에 트럭 한 대가 서 있다. 소화전 반경 5m 이내는 주차가 금지된 곳이다. 불법 주차는 골든타임을 빼앗는 위험 요인 중 하나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화재 현장에서 소방차가 한 번에 쏟아부을 물의 양은 제한돼 있다. 펌프차와 물탱크차를 모두 투입해도 길어야 5분이면 물이 떨어진다. 펌프차만 출동하면 3분도 벅차다. 소방차 운전대원이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소화전부터 찾아 뛰는 이유다. 소방차 물이 떨어지기 전에 소화전을 열고 수관을 연결해야 계속 불을 끌 수 있다. 이를 ‘소화전 점유 작업’이라고 한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8일 오후 2∼5시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일대 주택과 상가 건물 다섯 곳에서 소화전 점유 훈련을 했다. 소방차가 출동한 상황을 가정해 가장 가까운 소화전을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했다.

대림역 12번 출구 앞 상가 골목. 도림로38길과 도림천로11길이 만나는 사거리 노래방에서 불이 났다는 가상 지령이 떨어졌다. 기자와 영등포소방서 소방대원 5명이 도착했다. 현장 도착까지는 순조로웠다. 하지만 소화전 앞에 가보니 7인승 승합차가 있었다. 화재 현장에서 불과 5m 떨어진 소화전인데 사용할 수가 없었다. 70m 거리에 있는 다른 소화전을 찾아 뛰었다. 동시에 승합차 운전자에게 전화도 걸었다. 운전자는 “금방 가겠다. 근처 슈퍼에 있다”고 답변했지만 훈련이 끝날 때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70m 떨어진 두 번째 소화전 앞에는 2t이 넘는 주류 운반 트럭이 서 있었다. 110m를 더 달렸다.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기자는 맨몸이었지만 실제 소방관들은 5kg이 넘는 장비를 들고 뛰어야 한다. 사용 가능한 소화전을 찾기까지 걸린 시간은 1분 56초. 실제였다면 펌프차에 담아온 물이 다 떨어져 진화가 중단될 위기였다. 정정의 영등포소방서 소방관은 “소화전에 도착한 뒤 소방차와 연결하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4분 가까이 걸린 셈이다. 불법 주차가 심한 오후라면 더 걸렸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림역 6번 출구 인근 주택가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화재 지점에 도착해 50m 떨어진 소화전을 향해 뛰었다. 승용차가 서 있었다. 연락처도 없었다. 두 번째 소화전을 점유하는 데 1분 34초가 걸렸다. 장비를 이용해 지하식 소화전을 꺼내고 수관을 연결한 뒤 펌프차로 돌아오는 시간까지 합쳐 계산하면 3분 30초가 예상됐다.

지하식 소화전 등 소화 설비 인근 5m는 주차 금지 구역이다. 원래는 주차만 금지됐었지만 최근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라 8월 10일부터 ‘주정차 금지 구역’이 됐다. 주차뿐 아니라 5분 이내 정차도 금지된다. 또 8월 10일부터 아파트 등 공동주택 소방차 전용구역 설치가 의무화되면서 이곳에 주차하거나 길을 막으면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권기범 kaki@donga.com·조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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