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잘했다!”. 세계인의 관심을 끈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팀의 데뷔전은 강호 스위스를 만나 대패로 끝났지만 남북 응원단의 하나된 목소리만큼은 빙판을 녹일 만큼 뜨거웠다. 사진은 개회식에서 한반도기를 흔들며 응원하고 있는 북한 응원단.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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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스위스전
들소같은 스위스에 온몸으로 맞선 단일팀
북한응원단 이번엔 여기저기 나눠서 응원
카드섹션 등 집단액션에 관중들은 구경만
슈팅수 8-52, 골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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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의 싸움…“얘들아, 그래도 잘했다”
스위스 팀은 마이너페널티(가벼운 반칙)로 2분간 퇴장을 6번이나 당했다. 전체 3피리어드 60분 중 12분을 선수 1명이 부족한 상태로 뛴 것이다. 물론 단일팀도 3번의 마이너페널티로 총 6분 동안 숏핸디드(수적 열세) 상황에서 게임을 했다. 한마디로 단일팀은 스위스보다 6분이나 더 수적 우위(파워 플레이)에서 골 기회를 가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스위스의 골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급조 단일팀’ 논란은 큰 의미가 없었다. 한국만의 팀이든, 3명의 북한선수가 섞인 팀이든, 스위스와의 실력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컸다. 북한에서 가장 뛰어난 공격수 정수현은 2라인에서 총 17분38초를 뛰었고, 북한의 또 다른 공격수 김은향은 3라인에서 7분14초, 북한의 수비수 황충금은 4라인에서 7분49초를 소화했다. 이들이 짧은 시간에 팀에 녹아들기에는 다소 어려웠으리라.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의 합류로 팀워크에 문제가 생겨 스코어가 그렇게 크게 벌어졌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현재의 대표팀이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여자아이스하키팀이라는 구조적 한계에서 그 원인을 찾는 게 더 설득력이 있다. 벼락치기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말은 사전에나 있을 뿐이다.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의 스위스전 경기 모습.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6000석 매진됐는데 빈자리가 상당수,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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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녀응원단의 자리배치가 이채로웠다. 경기장 곳곳에 2열 횡대로 30여 명씩 앉아 사방에서 응원을 펼쳤다. 문재인대통령 내외의 본부석 바로 아래에 2개팀 60여명, 본부석 앞쪽 전면에 3개팀 90여명, 그리고 본부석 양 코너에 1개 팀씩 80여명이 자리를 잡았다. 예전엔 한곳에 전체가 앉아 한목소리를 냈던 거와는 달라진 모습이었다. 그러다보니 집중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그들의 응원소리는 관중들의 탄성에 쉽게 파묻혀버렸다.
김화성 스포츠칼럼니스트.
● “우리는 하나” “힘내라”…베일 벗은 북한응원단
북한 응원단은 간간이 “이겨라! 우리 선수 이겨라!” “우리는 하나다!” “힘내라” 구호를 외쳤고, 한반도기를 일사불란하게 흔들었다. 어쩌다가 ‘고향의 봄’ 등 우리 귀에 친숙한 노래도 섞어 불렀다. 하지만 관중들의 호응은 낮았다. 북한응원단이 파도타기를 해도 눈길만 줄뿐 따라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흥겨운 랩이나 힙합리듬이 나오면 어깨를 들썩이며 흥을 돋웠다. 1피리어드가 끝난 후 15분의 휴식시간에 인기 아이돌 스타 다이나믹 듀오의 힙합공연이 펼쳐지자 열광적으로 호응한 것이 그 좋은 예. 강릉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다는 한 40대 시민은 “카드섹션 같은 집단적이고 기계적인 몸짓이나 응원은 이제 우리에겐 영 안 맞는다”며 “요즘 젊은 사람들에겐 좀 이상스럽게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릉|김화성 스포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