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메탈 노사 ‘시간 유연제’ 합의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는 5일 독일 최대 노조인 IG메탈(금속노조·조합원 390만 명)의 바덴뷔르템베르크 지부와 사용자가 근로 시간을 주당 35시간에서 28시간으로 줄이는 시간 유연제에 합의한 데 대해 ‘워라밸’(워크 앤드 라이프 밸런스·일과 삶의 균형)을 강조한 합의라며 이같이 평가했다.
이번 합의로 노동자들은 아이나 노인 등 가족을 돌보는 일이 생기거나 개인적인 사유가 있을 경우 최대 2년 동안 일시적으로 노동시간을 줄여 주당 28시간 근무를 할 수 있고 원할 때 다시 주당 35시간의 풀타임 근무로 복귀가 가능하다. 외르크 호프만 노조위원장은 “노동자들은 그들 자신과 건강, 가족을 위해 더 적은 시간을 일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의 수혜자는 이 지역 노동자 90만 명이다. 벤츠 제조사 다임러와 자동차 부품회사 보쉬 등 독일 산업의 중심지인 바덴뷔르템베르크에서 이뤄진 합의는 독일 전역으로 퍼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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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노동자들은 예상을 깨고 임금 인상보다 노동시간 단축을 선택했다. 노조는 원래 최소 6% 이상의 임금 인상을 요구했지만 28시간 탄력 노동시간제를 받아내면서 인상폭을 4.3%로 줄였다. 그나마 27개월 동안 나눠서 인상되기 때문에 실제 인상률은 3.5% 정도다. BBC는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목소리는 새로운 흐름”이라고 전했다.
독일은 ‘남자는 바깥일, 여자는 집안일’이라는 전통적인 성별 역할이 강한 국가였다. 이 때문에 고소득 여성들이 출산을 꺼려 출산율이 2005년 유럽 최저 수준(1.3명)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가족 정책 변화 등에 힘입어 남성들의 인식이 점차 바뀌고 있다.
독일 언론들은 이번 합의에 대해 단순한 노동시간 단축을 넘어 노동자들이 자신의 근무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노동시간 자기결정권’이 커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IG메탈의 로만 치첼스베르거 디렉터는 “협상 중 가장 힘쓴 부분은 노동시간과 관련해 근로자들의 자기결정권을 강화하는 문제였다”며 “이제 노동자들은 아이들을 포함해 누군가를 돌봐야 할 때 고용자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노동시간을 바꿀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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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탱크 한스 뵈클러 재단의 구스타프 호른 교수는 “이번 IG메탈 노조의 제안은 매우 현대적인 것으로 미래 숙련공들은 자신의 생활 패턴에 맞춰 근로 시간을 유연하게 할 수 있느냐로 자신의 회사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