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석방 이후]“사람마다 의견 달라” 담담한 반응 항소심 판결 후 SNS에 ‘신상털이’… 법원 내부망 “석궁 쏘고 싶다” 막말 與인사들까지 “삼성과 유착” 비난 “소신있는 판사 파면청원 안될 말… 판결 존중해야” 의견도 적지않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의 항소심 재판장인 정형식 서울고법 부장판사(57·사법연수원 17기·사진)는 선고 이후 누리꾼들과 정치권의 인신공격성 발언이 쏟아질 것을 진작부터 예상하고 있었다며 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정 부장판사는 6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사람마다 생각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결과에 대한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 항소심 판결을 내리고 나니까 오랜만에 친구들한테서 ‘네가 그 판사냐’라고 연락이 왔다”며 “재판 기록을 많이 보느라 몇 달 새 눈이 나빠져 안경도 새로 맞추고 인공눈물도 넣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그는 “친인척 관계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지 않느냐. 이것까지 자세하게 거론하는 건 좀 과도하다고 생각한다”며 언론 보도에 친인척 관계가 언급된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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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색적 비난’ 담긴 국민청원
“쓰레기 판사 정형식을 파면하라.”(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5일 오후 선고가 난 직후부터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정 부장판사를 파면하라’는 청원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6일 오후 9시 현재 700여 건의 청원 글이 올라온 상태다. 이 부회장 항소심 판결과 정 부장판사를 특별 감사해야 한다는 청원 글에는 13만 명이 참여했다.
대다수 글에는 정 부장판사에 대한 욕설이나 지나친 비난이 담겨 판사에 대한 ‘신상털이’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청원 글들은 정 부장판사를 ‘반역자’ ‘매국노’ ‘쓰레기’라고 지칭했다. 또 정 부장판사가 삼성그룹에서 뇌물을 받고 판결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막말 수위가 심해지자 ‘정 부장판사 파면 청원을 그만하라’는 토론방이 열리기도 했다.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트위터에 “이게 판사냐?”라며 정 부장판사의 사진을 다수 올렸다. 또 “법관이 법을 살인한 거다. 법복을 벗고 식칼을 들어라”라고 썼다. 같은 당 박영선 의원도 라디오에서 “삼성과 법관 개인의 유착, ‘삼법 유착’이라고 얘기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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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 판결 존중 의견 적지 않아
온라인상에는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법원의 판결이니 일단 믿고 존중돼야 한다는 취지를 담아 ‘정 부장판사 파면 청원을 그만하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부회장 항소심 선고 소식을 전한 기사에는 “나와 반대되는 주장을 했다고 욕을 하거나 신상털이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댓글이 달렸다. 또 다른 댓글에는 “정 부장판사는 소신 있는 판사다” “기골 있는 판사들이 자꾸 옷 벗고 나가면 안 된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호재 hoho@donga.com·권오혁·박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