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보증수표’ 드라마들 고전
문수호(김래원·왼쪽)와 정해라(신세경)가 200년 전 못다 이룬 사랑을 현생에서 다시 이어가는 이야기를 그린 KBS 2TV 드라마 ‘흑기사’. KBS 제공
KBS2 ‘흑기사’는 200년 전 운명으로 얽힌 세 남녀의 이야기를 다룬다. 첫 회 해외 로케이션으로 선보인 아름다운 풍경과 배우 김래원 신세경의 정통 로맨스 연기로 8회에 최고 시청률 13.2%를 올렸다. 그러나 경쟁작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과 SBS ‘리턴’이 등장한 뒤 내리막길이다.
이승기 차승원이 출연한 tvN ‘화유기’는 중국 고대소설 ‘서유기’를 모티프로 한다. 스타 작가 ‘홍자매’(홍정은 홍미란)가 3년 만에 선보인 작품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초반 방송 사고와 스태프 부상 등 악재가 겹쳤다. 한 주 동안 결방하고 재정비 후 10회까지 방영했지만 시청률은 5∼6%에서 답보하고 있다.
이 드라마들은 색다른 소재로 같은 로맨스라도 신선하게 보이게 하는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하지만 판타지 배경과 소재를 벗겨내면 결국 운명적 사랑이나 신데렐라, 키다리 아저씨 등 전통적인 서사에 의존하기에 시간이 갈수록 신선함이 떨어졌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유기를 모티프로 한 tvN ‘화유기’에서 손오공(이승기·왼쪽)과 수보리조사(성지루)가 마주 앉은 모습. tvN 제공
결국 국내 드라마의 가장 인기 있는 주제이자 고질적 문제인 로맨스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공희정 대중문화평론가는 “남녀의 사랑은 일정 수준의 흥행을 보장하는 소재여서 제작자가 포기하기 쉽지 않겠지만 ‘미생’ ‘시그널’ ‘비밀의 숲’처럼 남녀가 아닌 인간의 관계로 서사를 확장한 시도들이 더 큰 화제와 인기를 모으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타임 슬립으로 시작해 포화 상태에 가까워진 판타지 로맨스도 곧 새로운 변신을 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