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언의 다섯 번째 시집 ‘한 문장’… 의미 포착 위한 시적 실험 가득
“나는 슬퍼하고 있고 슬퍼지고 있고 슬프고 있고 그래서 슬프다. 사이사이 다른 감정이 끼어든다…그것은 불안인가? 불안하려고 있다. 불안하고자 있다. 비참하고자 있고 참담하고자 있고 담담하고자 있었다.”(‘있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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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원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어떤 시인도 자신만의 의미를 붙들기 위한 싸움을 마다하지 않겠지만 김언의 경우 그 승패 여부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대결의 무효를 주장하고 나선다”고 말한다. “승부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의 일방적인 종료 선언”인 셈이란 것.
“내가 없다면 누가 있겠는가. 이렇게 말하는 내가 없다면 이렇게 묻는 누가 있겠는가…단 한 사람의 손이자 모든 사람의 기록으로 비가 온다. 눈이 내린다. 내가 없다. 그럼 누가 있겠는가.”(‘내가 없다면’ 중)
그 표현대로 시의 문장들은 물 흐르듯 유려한 호흡으로 인과의 연쇄를 이루지만 의미는 형성되려다 멈춰버리고 이어지려다 이내 뚝뚝 끊어진다. 그렇게 이질적으로 빚어지는 충돌과 긴장감이 이 시집의 매력이다. 시인은 “일단 시의 호흡에 독자들의 호흡이 얹어지기만 하면 금방 읽을 수 있을 테니 몇 편만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