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열린 시선/윤영호]이대 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비난만 말고 시스템 고쳐야

입력 | 2018-01-25 03:00:00


윤영호 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

패혈증을 앓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고통받은 이화여대 목동병원의 신생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고 괴롭다. 아이들의 희망찬 울음소리에 기뻐했을 가족들은 오죽하겠는가. 의도치 않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된 의료진의 심정은 또 어떻겠는가. 필자도 전공의 수련을 받다 환자의 죽음으로 두 번이나 의사를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있다. 눈물이 절로 난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검찰에 건강보험 재정심의위원들을 형사 고발했다. 턱없이 부족한 수가로 수십 년 동안 형편없는 의료 현장을 무시했기 때문에 직무유기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반면 환자단체연합은 의료시스템과 저수가를 탓하는 의료계를 비난하며 의료진과 병원에 대한 일벌백계를 요구하고 있다.

이 사건은 원인을 정확히 진단해야 제대로 된 대책을 만들 수 있다. 우선 이화여대 목동병원이 상급종합병원의 기준을 통과한 것을 보면 평가 체계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근본적인 손질이 필요하다. 신생아중환자실 실태 조사에서 97개 의료기관 중 96개가 기준을 충족했다는 결론을 내린 것만 봐도 얼마나 부실한 평가인지 알 수 있다.

신생아 사망과 관련해서 의료진과 병원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순 없지만 그들만 단죄한다면 이 같은 비극은 재발할 것이다. 그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열정페이’로 생사를 다투는 소아중환자들과 함께해 왔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소아청소년의학 관련 학회는 성명서를 내고 이번 사태에 대한 연대책임을 강조하면서 안전한 진료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과감한 지원과 제도적 보완을 간곡히 호소했다.

정부는 보고체계 개선, 신생아중환자실 감염 관리, 인프라 및 평가기준 개선 등의 내용을 담은 신생아중환자실 안전관리 단기 대책을 발표했다. 단기적인 처방과 함께 중장기적인 개혁을 통해 의료의 질을 선진화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의료계와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각 병원의 중증질환 전문인력, 시설, 장비, 시스템의 운영 현황을 점검하고, 중증환자 관리 실태를 파악해 지원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중환자실과 응급실 관리는 민간 의료기관의 자율 경쟁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이번에 보았듯이 결국 제대로 투자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환자실과 응급실은 국가시설이나 마찬가지인 만큼 정부가 인력과 장비를 직접 투자하고 관리할 필요도 있다. 국민의 생명과 직접 관련된 주요 시설을 국가가 관리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의료인들은 이번 사태를 의료의 ‘세월호 사건’으로 인식하고 있다. 안전하고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정부와 시민·사회단체 등과 함께 노력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사태는 위기이자 기회다.

윤영호 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