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 혁신기업이 3만달러 한국 이끈다]<6·끝> 성장 막는 한국 현주소
창업은 많이 늘었지만 규모 있는 회사로 성장하는 혁신기업이 적다는 점이 국내 창업 생태계의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대한민국 창업·혁신 페스티벌’ 현장. 동아일보DB
김 대표는 “연구소라고는 하지만 사무실 공간만 등록해두고 이런저런 보조금을 따내는 벤처가 많다”며 “저런 식으로 보조금을 여기저기 나눠줄 바에야 우리 회사에 투자하면 훨씬 유용하게 쓸 텐데 싶은 생각에 늘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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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 프랑스 일본 스위스의 스타트업 육성을 취재한 ‘3만 혁신기업이 3만 달러 한국 이끈다’ 시리즈 마지막 회로 중견 혁신기업으로의 성장을 가로막는 국내 실태를 조명한다.
○ 혁신 못 알아보는 정부와 금융권
정부 정책지원금도 투자 실패에 대한 감사의 두려움 때문에 과감한 투자보다 일정 요건만 따지는 ‘나눠 먹기’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스위스가 기업 크기나 담보 등은 따지지 않고 ‘기술’ 자체에 투자를 유도하는 것과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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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7월 연례조사차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 대출이 담보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 시장 중심의 대출을 확장시킬 방법은 없나”라고 꼬집었다.
‘일단 안 된다’고 하고 보는 정부 규제 방식도 벤처 성장의 걸림돌이다. 업계에서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보고 창업해도 금방 규제에 막혀 성장세가 꺾이기 일쑤라는 불만이 나온다. 대표적인 예가 차량공유서비스업체 풀러스다. 이 회사는 출퇴근시간에만 제공하던 서비스를 그 외 시간으로 확대하려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로부터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등으로 고발당했다. 새로운 사업 모델을 일단 용인하되 문제가 생기면 ‘사후 규제’ 방식으로 접근하는 중국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른 셈이다.
○ 기업가정신, 인재 다양성도 부족
미국 글로벌기업정신개발연구소가 발표하는 글로벌 기업가정신지수(GEI)에서 한국은 수년째 27위 근처를 맴돌고 있다. 제도상으로 창업은 쉬워졌지만 이후 각종 규제와 실패 사례들을 접하며 기업가정신이 고취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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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재가 부족한 것도 한국 벤처업계의 단점으로 꼽힌다. 국내(서울) 스타트업의 해외인력 비중은 17% 수준으로 런던(53%), 베를린(49%), 실리콘밸리(45%) 등에 크게 못 미친다. 혁신벤처단체협의회는 “해외 한인 유학생은 21만 명에 달하지만 국내 취업 대신 전공분야와 무관한 현지 정착 비중이 높아 고학력 인재 손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1990년대부터 해외 유학생을 중국 본토로 불러들이는 ‘U턴 정책’을 펼치며 1인당 100만 위안(약 1억7500만 원)의 정착금을 지급하고 있다. 프랑스는 해외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폐쇄적이었던 과거와 달리 기술력 있는 해외 스타트업에 신속한 비자 발급과 투자 유치 등을 지원하고 있다. 기술로 무장한 일본 벤처기업들은 해외 유수의 학회지에 논문을 발표해 기술 창업에 관심이 많은 인재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김성규 sunggyu@donga.com·신무경·신동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