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정미경 작가 1주기 맞아 장편소설-소설집 나란히 출간 남편 김병종 “미완, 그 자체로 의미” “터무니없는 죽음도 곧 일상이 돼” 남은 이들에게 건넨 마지막 읊조림
정미경 소설가(1960∼2017)의 유고 소설 ‘당신의 아주 먼 섬’(문학동네)에서 중년의 정모는 이렇게 말한다. 지난해 1월 간암으로 세상을 떠난 작가가 남은 이들에게 건네는 말 같다.
고인의 1주기(18일)를 맞아 장편소설 ‘당신의…’와 소설집 ‘새벽까지 희미하게’(창비)가 나란히 출간됐다.
간암 진단을 받은 지 한 달 만에 눈을 감은 고인은 이 작품을 쓸 때 몸이 무너지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삶과 죽음을 응시한 문장에 오랫동안 눈길이 머문다.
“죽는다는 건 영혼이 우주 저 멀리로 날아가는 게 아니라 데칼코마니처럼 여전히 곁에 있는 것 같아”라고 읊조리는 이우의 말이 그렇다. ‘어떤 하루는, 떠올리면 언제라도 눈물이 날 것이라는 걸 미리 알게 한다’는 문장은 빛나는 순간을 돌아보는 고인의 모습을 그려 보게 만든다.
고 정미경 소설가(왼쪽)와 김병종 서울대 동양화과 교수 부부. 김병종 교수 제공
“정 작가는 문장을 숱하게 고쳐 쓴 뒤에야 출판사에 원고를 넘기는 완벽주의자예요. 글을 출력해 책 더미에 뒀다는 건 수정하려 했다는 걸 의미해요. 갑작스레 떠나는 바람에 그러지 못했지만요….”
“정 작가는 펄쩍 뛰며 고치려고 했겠지만 색다른 시도라고 여기고 출간했어요. 아마 곁에 있었다면 곱게 눈을 흘긴 채 따라 줬을 거라 생각해 봅니다.”
김 교수는 18일 서울 서초구의 작은 교회에서 가족들과 조용히 추모 예배를 올릴 예정이다. 당초 문학, 미술을 결합한 전시회를 열 계획이었지만 작업을 할수록 사무치는 그리움에 너무 힘겨워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당신의…’에서 정모는 염전의 소금 꽃을 가리키며 말한다. “징허게 모인 기운이 터져 나오면 그게 꽃이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