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미술관/김태권 지음/276쪽·1만6000원·창비
렘브란트 판 레인이 그린 ‘수산나의 목욕’(1647년). 창비 제공
책의 부제는 ‘그림 속에 숨은 인권 이야기’다. 여성혐오, 인종차별, 이주민과 장애인의 인권 문제 등 최근 집중적으로 부각되는 인권 문제를 중심으로 미술 작품을 논의한다. 작품성을 따질 때 기준이 되던 예술적 가치가 아니라 인권의 관점에서 작품을 보는 것이다.
가령 폴 고갱(1848∼1903)의 ‘죽은 이의 유령이 본다’는 타히티에 머물던 고갱이 벌거벗은 채 엎드린 소녀를 그린 그림이다. 여성을 성적으로 ‘만만한’ 존재로 그렸다는 것뿐 아니라 이렇게 그려진 여성이 프랑스의 식민지인 타히티 여성이라는 점도 저자의 인권 관점에선 문제로 읽힌다. 타히티를 무대로 삼은 그의 그림들은 원초적 생명력을 지닌 예술작품으로 평가받지만, “여성, 특히 식민지 여성을 타자화하고 대상화하는 그의 시선은 두고두고 욕을 먹는 중”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가 적용하는 인권의 관점으로 매겨지는 그림의 의미는, 전통적인 예술사의 시각으로 보면 당혹스러운 측면이 적지 않다. 죄의 유형에 관계없이 인권의 잣대를 지나치게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갖게 되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그림을 통해 인권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질 만하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