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이 현상에 대한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사진)의 분석은 흥미롭다. 음식인문학자인 그는 “냅킨깔기는 부대물품을 간소화한 업주들의 수익성 추구와 손님들의 ‘기분 위생학’이 어우러진 결과”란 의견을 제시한다. 손님이 몰리는 시간 행주로 대충 훔친 식탁은 못미덥다. 석유화학공업이 꽃을 피운 1970년대 초반 이후 냅킨은 좋은 대안이 됐다. 화학적 처리가 된 생산품은 위생적일 것이란 한국인의 근대적 계몽정신이 더해지며 냅킨 깔기는 일종의 관습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수저 아래 냅킨을 까는 한국인의 식사방식은 외국인들 눈에는 사뭇 특이하게 보인다. 휴머니스트 사진제공
주 교수는 최근 출간한 ‘한국인은 왜 이렇게 먹을까’에서 너무 일상적이라 의식하지 못했던 21세기 한국인의 식사방식을 사회사적으로 고찰한다. 식탁은 책상으로 쓰고 밥은 교자상에 차려 먹는 이유, 한상에 밥 국 반찬이 한꺼번에 나오는 ‘공간전개형 상차림’을 고집하는 이유, 회식 명당자리가 따로 있는 이유 등이다. 비교문화적 방법으로 분석하기 위해 문헌자료 수집에만 4년간 공을 들였다. 캐나다에서 안식년 중인 저자와 e메일로 인터뷰 했다.
-음식인문학자이면서 정작 반찬을 밥그릇에 쟁여두고 팔을 식탁에 올리는 등 ‘거친 식사 태도’를 가진데 대한 반성적 성찰에서 ‘왜 이렇게 먹는가’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고 서문에 썼는데….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의식하지 못했던 우리의 식사문화에 유교문화의 영향과 권위주의, 산업화의 폐해 등이 다 녹아 있다. 음식문화가 한 집단과 사회를 이해하는데 좋은 소재인 이유는 무엇인가?
“음식담론은 유행이나 취향이 아니라 역사이고 사회문화적 관습이다. 인간은 반드시 음식을 먹어야 산다. 지역, 공동체에 따라 식재료, 생업방식, 가족관계, 사회구조가 다르다. 이게 한 사회의 독특한 요리와 식사방식을 만들어낸다. 최근 북미, 서유럽 인문사회과학자들은 그런 이유에서 매우 활발하게 음식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고 있다.”
-한국인이 고집하는 식사방식 중 반드시 변화가 고려돼야하는 것을 하나 꼽는다면?
“밥 국 반찬의 식사구조다. 밥은 적게 먹지만 여전히 국, 찌개, 반찬을 곁들여 먹는 습관을 유지하며 고염식 문제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한식세계화’를 추진하고 있을 게 아니라 20년 후 한국인의 식사구조를 어떻게 개편할지를 추진해야한다. 국민을 위한 ‘음식정치’가 필요하다.”
-‘집단주의적 함께 식사’는 한국 문화 가운데 아주 뿌리 깊다. 요즘은 ‘혼밥족’ 등 변화가 나타는데 ‘함께 식사’의 의미와 한계를 짚어준다면?
-현재 한국인의 식사방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역시 유교문화인가?
”기본바탕은 유교문화다. 하지만 산업화 이후 진행된 ‘맥도널드화’ 영향이 크다. 한국음식점 메뉴는 겉으로 보기엔 전통적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공장에서 만든 음식과 형식적 메뉴 구성에 머물고 있다.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훈련받지 않은 서비스 종사자가 많다.“
그는 효율성과 경제성만 추구하는 문화 때문에 식탁에서 도자기 식기나 놋그릇이 사라지고 대신 저렴한 멜라민 수지 식기와 스테인리스이 뒤섞인 ‘잡종적 양상’을 띄게 됐다고 지적한다.
-책을 읽은 독자들의 음식문화와 식생활에 어떤 변화가 있기를 기대하는지?
”역사적 근원과 변화상에 따른 우리의 모습과 사고방식을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요즘 마치 포르노처럼 대중매체를 가득 채운 ‘맛있는 음식들’에 너무 연연하지 말았으면 한다. 맛있는 음식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그것을 어떤 그릇에 내고 어떻게 배치하는 것이 손님에 대한 배려인지, 식사순서를 어떻게 해야 식탁 위 대화가 풍성할지 고민하는 게 먼저다. 독자들이 주도해 가정, 직장, 학교, 또래집단마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식사방식의 규칙을 만들어보려는 변화가 생긴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