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온 올라 바닷속 ‘빙붕’ 녹여… 빙하 높이 年 20cm씩 5m 낮아져
적도 부근 해수 온도가 높아지는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남극의 빙붕(氷棚)이 점차 줄고 있다는 관측 결과가 나왔다. 빙붕은 남극 대륙과 맞닿은 채 바다 위에 떠 있는 얼음 덩어리로, 해수가 대륙 빙하를 녹이지 않도록 막아 준다는 데서 ‘남극 빙하의 버팀목’으로도 불린다. 엘니뇨가 남극 빙붕을 녹이는 데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은 많았지만 실제 관측으로 입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페르난도 파올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 박사후연구원이 이끄는 연구팀은 1994∼2017년 인공위성 관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엘니뇨 현상이 일어나 따뜻한 바닷물이 남극으로 유입될 때 남극 서부 아문센해의 빙붕이 가파르게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 8일자에 밝혔다.
엘니뇨는 페루와 칠레 연안의 열대 동태평양과 중태평양에서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상태로 수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이다. 반대로 이 지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아지는 현상을 라니냐 현상이라고 한다. 두 현상은 보통 2∼5년 주기로 발생하는데 최근 들어서는 지구 온난화의 여파로 엘니뇨가 라니냐보다 더 잦아지는 추세다.
해수면에 떠 있는 빙붕이 줄어든다고 해수면이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해수면은 대륙 빙하가 녹을 때 높아진다. 그러나 방어막 역할을 하는 빙붕이 감소하게 되면 그만큼 대륙 빙하도 더 빨리 녹을 수밖에 없다. 관찰 기간 아문센해 남극 대륙 빙하의 평균 높이는 연간 20cm씩 감소해 총 5m가량 낮아졌다.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kyunge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