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 팀과 5년 계약연장에 최근 사인한 전북 현대 ‘만능 수비수‘ 최철순이 완주군 클럽하우스에서 스포츠동아와 만나 계약기간을 의미하는 다섯 손가락을 쫙 펼쳐보이며 환하게 미소짓고 있다. 완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구단 언질 없어 답답하던 차, 아내가 설득
J리그 러브콜 마다하고 먼저 구단에 제안
“설렘과 기대…새 시즌이 너무 기대 된다”
다섯 손가락을 쫙 펼치며 웃었다. 완주군의 클럽하우스에서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전북 현대의 ‘만능 수비수’ 최철순(31)을 마주한 건 5일, 구단과 계약연장 5년에 합의한 지 하루 만이었다.
30대 초반 베테랑, 진정 팀에 뼈를 묻겠다는 강한 의지였다.
구단은 거의 시즌이 끝나갈 때까지도 재계약을 거론하지 않았다. 전북 최강희 감독이 7월 무렵, “10년만 더 뛰라”고 안심시킨 것이 전부였다. 에이전트가 없는 그로서는 “협상 대리인이 없어 구단이 (협상을) 미루나” 싶어 정말 답답했다. 지난해 12월 말 FA(자유계약선수) 신분 취득이 공지되고 일생일대의 기로에서 아내의 한 마디가 마음을 울렸다. “오빠는 전북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 가장 멋져. 가능하면 전북에서 은퇴하는 건 어때?”
아내는 아예 ‘5년’ 숫자까지 정해줬다.
그렇게 시작된 협상. 대리인 없이 직접 구단 사무국에서 미팅을 가졌지만 진행은 빨랐다. 서로 간에 이견이 거의 없었다. 사무국으로 향하며 주전부리를 챙겨오며 살갑게 다가온 선수를 냉정히 대할 프런트는 세상에 없었다.
최철순은 전북 현대와 재계약을 맺으며 계약기간을 5년으로 합의했다. 일본 프로팀의 제의를 뿌리치고 전북에 남은 그는 원클럽맨을 꿈꾸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사실 처음부터 ‘원클럽맨’을 진지하게 생각한 건 아니다. 이제야 털어놓지만 어릴 적부터 매년 떠나려 했다. “맨 마킹 지시를 받고 달려들 때 상대의 숨이 차오르는 모습을 보면 더 신이 난다. 코끝에 피 냄새가 날 정도로 헐떡거려도 더욱 강하게 괴롭힐 수 있다”고 말하는 그는 장점인 투지에 아기자기한 일본 스타일을 장착하면 훨씬 강한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여겼다.
물론 전북 생활은 늘 만족스럽다. 폭발적인 구단 성장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본 터라 애착이 더 크다. 입단 당시 “넌 공을 어떻게 차냐”는 최 감독의 물음에 “다부지게 찬다”는 대답을 했던 그 자신도 이렇게 오래 남으리라곤 상상 못했다.
하지만 항상 목표가 있다. K리그∼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FA컵까지 3관왕을 바라본다. 2018러시아월드컵도 고대하지만 “내 역량을 후회 없이 펼친 뒤 선택을 기다려야 한다”고 몸을 낮췄다. 말이 아닌, 행동의 중요성이다. 최철순은 “설렘과 기대다. 새 시즌은 어떤 미래로 향할지 너무 궁금하다”고 했다. 도전을 위해 잔류를 택한 그와 전북의 동행은 충분히 위대하다.
완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