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월세 전환율 5.3% 역대최저 전세 4억→보증금 3억 월세 전환땐, 2년새 52만원→44만원으로 줄어 “수익 줄어든 집주인 매물 쏟아내면 집값 상승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임 씨는 최근 계약을 연장한 이웃들을 볼 때마다 배가 아프다. 비슷한 층인데도 같은 전세 보증금에 월세가 35만∼40만 원 수준으로 자신이 내는 월세보다 10여만 원 낮기 때문이다.
5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의 주택 전월세 전환율이 역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 동탄·위례신도시 등 외곽 택지지구에서 대단지 아파트가 완공되면서 임대료 인상폭이 줄어든 결과다. 이 같은 추세는 서울 등 수도권에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많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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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서울의 주택 전월세 전환율은 5.3%로 한 달 전(5.4%)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처음 집계된 2011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2년 전인 2015년 11월(6.2%)에 비해서는 0.9%포인트 떨어졌다.
전월세 전환율은 전세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이율이다. 1년에 내야 할 월세 총액을 그에 해당하는 전세보증금으로 나눠 구한다. 가령 전세금 4억 원 중 1억 원을 월세로 바꿀 경우 2015년 11월에는 보증금 3억 원에 매달 52만 원을 월세로 내야 했지만 지난해 11월 기준으로는 44만 원만 내면 된다.
지역별로는 서울에서 강남 4구(강남, 강동, 서초, 송파구)의 전환율이 4.6%로 가장 낮았다. 강남의 전세금이 워낙 비싸 이를 월세로 전환할 경우 세입자가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도심권(종로, 중, 용산구)과 서남권(강서, 동작, 영등포구 등)은 각각 5.8%, 5.7%로 서울 평균보다 높았다. 수도권은 5.8%, 전국 평균은 6.3%였다.
○ 입주량 늘면서 ‘세입자 우위’ 시장 성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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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 지역에서만 12만9000채의 아파트가 집들이를 했다.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 등 일부 지역에서는 새 아파트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도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현 KEB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요즘처럼 대출금리가 오르는 시기에는 전월세 전환율도 상승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앞으로 2, 3년 동안은 서울 시내 아파트 완공 물량이 크게 늘어날 예정이어서 전환율이 오르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집주인이 임대료를 과도하게 올릴 경우 재계약 대신 신도시 등의 급매물을 매입하는 세입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임대료 상승세 둔화가 매매가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금리가 낮을 때 전세를 끼고 아파트 여러 채를 사들인 ‘갭 투자자’들이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대출금리 인상과 맞물려 서울 외곽을 중심으로 자금 여력이 부족한 갭 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