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9일 판문점 회담
○ 트럼프 행정부는 시종일관 “최대 압박 지속”
백악관은 4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전화 통화를 통해 최근 한반도 상황을 논의했다는 점을 알리며 “두 정상은 북한에 대한 최대한 압박 작전을 지속하고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말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최근의 남북대화 국면에서도 최대한의 대북 압박 지속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북한의 이번 대화 공세가 핵무기 개발을 위한 시간 벌기나 한미동맹 이간질로 변질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기회가 될 때마다 과거 대통령들이 북한과의 대화로 핵개발의 시간을 벌어준 것을 비판해 왔다.
○ “북한 때문이 아니라 올림픽 때문에 훈련 연기”
백악관은 평창 올림픽 기간 한미 군사훈련 연기 결정을 밝히며 “양 정상은 미군과 한국군이 올림픽의 안전 확보에 주력할 수 있게 올림픽과 군사훈련이 중첩되지 않게 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미국과 한국은 안전하고 성공적인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고위 대표단을 올림픽에 파견하겠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평창 올림픽 기간 한미 군사훈련 연기는 북한의 요청에 의한 것이 아니라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한미 간의 실무적인 조정이라는 뜻이다.
매티스 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연기 배경에 대해 “(정치적 문제라기보다는) ‘실무적 문제(practical matter)’이고, 이를 ‘겹치지 않게 하기(deconflicting)’라고 부를 수 있다. 올림픽은 한국에 해외 관광 측면에서 최대 행사”라고 말했다. 훈련 연기가 세계 각국 선수단과 관광객이 몰리는 올림픽 기간에 군사훈련을 병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 ‘최대 압박’ 동참해온 한국 일단 신뢰한 미국
매티스 장관은 4일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대북 유류 밀무역에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선박 두 척을 최근 억류 및 조사한 한국 정부를 호평하는 동시에 북한의 제재 위반에 단호하게 대처하는 현재 기조를 유지해 달라는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청와대는 한미 정상 간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를) 100% 지지한다”고 말한 것에 고무된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 균열에 대한 우려는 사라졌다. 북한도 남북대화에 더 의미를 갖고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의 지지는 어디까지나 매티스 장관의 기대처럼 ‘최대의 압박’ 틀 안에서만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나워트 대변인은 4일 남북대화 국면과 관련해 “한국이 독자적으로 행동(freelancing)하게 될 상황이 아니다”라며 “올림픽과 몇몇 국내적 이슈로 (대화 안건이) 제한될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압박 기조를 훼손할 수 있는 대화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다. 서울의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핵 문제는 회동 한 번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고 장기적으로 풀어가야 한다는 것을 청와대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신나리·한기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