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시인 36명 ‘화시전’
‘고래는/요동치는 섬이며 숲이다/창과 작살이 그 몸에 박혀/피와 녹물이 흘러도/그는 죽지 않는다/천하제일의/장엄한 고독이여/지축도 흔드는 무적의 힘이여//….’
김남조 시인의 ‘고래’다. 김 시인을 비롯해 정호승 신달자 나태주 윤후명 오탁번 등 36명의 시인이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서 영감을 얻어 육필로 쓴 시를 전시하는 ‘대곡천 암각화 육필 화시전’이 울산 울주군 반구대교육문화센터에서 16일까지 열린다. 이후 작품들은 울산문화예술회관, KTX울산역을 비롯해 서울 대구 부산 등 전국을 순회하며 전시된다.
반구대 포럼은 국보인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아 이번 화시전(畵詩展)을 기획했다. 암각화의 보존을 촉구하고 가치를 널리 알리는 의미도 있다.
광고 로드중
‘고래를 따라/나는 오랜 세월 바다를/떠돌았다// … 그날을 잊지 않기 위하여/얼굴을 비춰보는 이 바위에/그려진 모습이여/바위 깊이 새겨진 내 삶이여’
허영자 시인은 ‘누구였을까’에서 시대를 초월한 모정을 노래했다.
‘새끼를 등에 업은/고래나/애기를 등에 업은/사람이나/엄마 마음은 매한가지// … 이 마음 이 사랑을/곱게 헤아려/돌에 새긴 그 이는/누구였을까’
화시전에 참가한 시인 가운데 많은 이들은 과거에 이미 개인적으로 반구대 암각화를 찾아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행사의 공동추진위원장인 이건청 한양대 명예교수는 “이 땅의 선사인들이 창작한 암각화가 현대 시인들에 의해 새 생명으로 태어나게 됐다”며 “멸절 위기에 처한 암각화의 소중한 가치를 널리 알리고 근본적인 보존 대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관람료는 무료.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