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포대 소방서 막은 해맞이 무법차량에 질타 여론 확산 소방차 막는 無개념 주차… 선진국처럼 無관용으로
《 1일 강원 강릉소방서 경포119안전센터 앞마당을 가득 메운 해맞이 차량의 ‘무개념’ 주차가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소방차는 물론 소화전 앞에 세워놓은 차량도 예외 없이 옮기고 부수는 미국 같은 나라에선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이를 계기로 시민의식의 변화를 촉구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21일 29명이 숨진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가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바람은 단순하다. 소방차를 가로막고 피해를 키우는 불법 주차 차량에 대한 ‘무관용’이다. 법대로, 원칙대로 해달라는 것이다. 》
일본 도쿄 교바시 소방서 모습(위쪽 사진). 흰색 선으로 표시된 주정차 절대금지구역에 주차하면 1만8000엔(약 17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소방·구급 차량이 나가는 길입니다. 백색선 내에는 정차하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세 곳에 잘 보이게 붙어 있다. 미국 워싱턴은 소화전 주변을 ‘주차금지 소방도로’라고 적힌 노란 선으로 눈에 띄게 표시했다. 이곳에 주차하면 즉시 견인되며 50∼100달러의 벌금도 내야 한다. 도쿄=장원재 peacechaos@donga.com·워싱턴=박정훈 특파원
○ 소화전 막으면 유리창 깨고 무조건 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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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다수 주에서는 소화전에서 최소 15피트(약 4.6m), 소방서 출입구에서 최소 20피트(약 6.1m) 떨어진 곳에 주차해야 한다고 관련법에 명시했다. 운전자가 미처 보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소화전이 있는 커브길 주변에 ‘주차금지 소방도로(NO PARKING FIRE LANE)’라고 적힌 노란 선도 그려놓았다. 규정을 어기면 화재 발생과 상관없이 바로 견인된다. 모든 비용은 차주가 부담한다. 주별로 50∼100달러 수준의 벌금도 부과한다.
영국은 미국보다 더 엄격하다. 1991년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주거지 내 노상 주차를 전면 금지했다. 위험 요소를 아예 차단한 것이다. 불법 주차 과태료는 최소 60파운드(약 8만6000원)이고, 48시간 이상 불법 주차 후 견인당할 경우 최소 167파운드(약 24만1000원)를 내야 한다. 일본은 소화전 등 소방설비 주변 5m 이내에 차량을 세울 수 없다. 화재경보기는 1m 이내다. 잠깐이라도 정차했다가 적발되면 범칙금이 1만8000∼2만5000엔(약 17만∼22만 원)이다. 하지만 이를 어기는 운전자가 거의 없다.
이 나라들의 공통점은 불법 주차를 차량 소통보다 안전 차원에서 다룬다는 것이다. 단속 기준과 방식이 예외 없이 일정하다. 어쩌다 한번 ‘운 나쁘면’ 단속되는 한국과 다르다.
○ 계도·주의만으로 참사 못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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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주차 차량 처리다. 소방기본법에는 소방차를 가로막은 주차 차량을 소방관들이 옮길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이동 방식이나 파손 때 처리 여부 등 명확한 기준이 없다. 특히 차량에 작은 흠집이라도 나서 주인이 수리비를 요구하면 해당 소방관이 보상해야 한다. 소방관들이 눈앞에 불을 보고도 주차 차량 앞에서 습관적으로 멈칫거리는 이유다. 지난해 12월 소방기본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지만 형사 책임만 면제됐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를 계기로 참사를 부르는 불법 주차에 대한 무관용을 촉구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22일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소방관의 완전한 면책을 촉구하는 청원이 등록됐다. 2일 현재 4만여 명이 동참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소방기본법 개정안의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다시 법 개정에 나설 것이다. 위급 상황 때 소방관이 불법 주차 차량을 부득이하게 파손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서형석 skytree08@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 주성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