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아들 낳은 간호사 장혜라씨 산부인과서 수없이 울음 들었지만 마침내 내 아이 소리에 가슴 뭉클… 12시간 겪은 산통도 다 잊어 직장맘 육아고민 없는 세상 됐으면
시곗바늘이 1일 0시 0분을 가리킨 지 몇 초 뒤 분만실에서 “응애” 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산부인과 간호사 장혜라 씨(31·여)가 수없이 들어 온 신생아의 울음이지만 이번엔 특별했다. 다른 산모의 아이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낳은 아들의 울음소리였기 때문이다. 2018년에는 저출산 현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잠시 잊게 만드는 우렁찬 울음소리였다.
아기는 원래 지난해 12월 31일 세상의 빛을 볼 예정이었다. 진통도 그날 낮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첫아이인 때문인지 좀처럼 나오질 않았다. 진통이 시작된 지 12시간이 지나 산모 장 씨가 지칠 대로 지쳤을 때 몸무게 3.4kg의 건강한 아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기는 장 씨의 품에 안기자 거짓말처럼 울음을 그치고 차분해졌다. 장 씨는 그제야 모든 고통을 잊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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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산부인과에서 일하면서 많은 환자를 봤기에 건강한 아기를 순산한다는 게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장 씨는 부른 배를 안은 채 환자를 진료한 지난 9개월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했다고 한다. 아이가 어떤 모습으로 자랄지 상상하는 기쁨, 아이들이 살 만한 세상을 만들려면 무얼 해야 할지 고민하는 보람 덕분이었다. 아이의 태명을 ‘마음이’라고 지은 것도 “공부는 못해도 좋으니 건강하고 넓은 마음으로 자라 달라”는 바람을 담은 것이었다.
맞벌이인 장 씨 부부에게 고민이 하나 있다. 당장 육아휴직을 마치는 내년 초부터 마음이를 돌봐줄 사람을 찾아야 한다. 결국 말도 못 할 때부터 어린이집에 맡겨야 할 텐데, 간혹 들려오는 보육시설 내 사고 소식은 마음을 무겁게 한다. 장 씨는 “모든 직장인뿐 아니라 자영업자들도 아이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 걱정 없이 육아에 전념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장 씨는 출산을 고민하고 있을 젊은 부부들에게 이것만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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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