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상품 만드는 이종국 작가
한지 작가인 이종국 씨는 “녹조는 문화상품과 생활 공예품 등의 소재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제공
대청호변에서도 한참을 들어가는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소전리 벌랏마을에서 닥나무로 한지(韓紙)와 이를 이용한 문화상품을 만드는 이종국 작가(55). 그는 지난해 여름부터 녹조를 생활 공예품으로 만드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흔히 녹조 하면 악취를 내는 수질오염의 주범으로만 여기고 있지만 이 작가에게는 생활 공예품의 ‘쓸 만한’ 원재료이다.
그는 여름이면 대청호를 뒤덮은 녹조를 지켜보다 점성이 강한 녹조를 잘 다루면 공예품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충청권 식수원인 대청호에는 해마다 녹조 발생이 심해 당국이 이를 처리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작가는 “한지를 만드는 일이 닥나무를 재배해 찌고 말리는 과정을 거치는데, 녹조는 한지보다 점성이 강해 공예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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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녹조 생활 공예품은 지난해 11월 15일 충북콘텐츠코리아랩의 ‘빛나는 충북의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제1호 아이디어’로 선정됐다. 충북콘텐츠코리아랩은 충북의 문화원형과 자원 등을 활용한 아이디어를 상시 모집하고 있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녹조로 그릇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놀랍고, 상품화가 충분히 가능해 환경오염을 줄이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충북콘텐츠코리아랩 측은 녹조를 이용한 생활 공예품 만들기와 함께 농사철 비료와 겨울철 난로 연료로도 녹조를 쓸 수 있다는 이 작가의 의견을 받아들여 이용 방안을 마련해 추진할 방침이다. 이 작가는 “디자인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기술력을 향상시키면 녹조를 훌륭한 자원으로 활용해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고유 젓가락인 분디나무(산초나무) 젓가락 만들기에도 힘을 쏟고 있다. 야생에서 채취한 분디나무를 다듬고 찌고 말려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을 구현했다. 고려가요에 등장하는 등 우리 조상들이 사용하던 젓가락을 고증과 실험을 통해 재탄생시킨 것. 이 젓가락은 가볍고 단단한 데다 촉감도 부드러워 사용하기 편안하다. 항균 기능까지 있어 국내외에서 상품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