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형권 국제부장
기자는 최근 큰 회사들이 많은 서울 여의도의 한 국밥집에서 불쾌한 경험을 했다. 종업원들이 한결같이 ‘밥 좀 빨리 먹고 나가라. 그래야 다음 손님을 받지’ 하는 태도였다. 편히 식사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10분도 안 돼서 “불편해서 못 있겠네요. 포장해 주세요”라고 했더니 종업원이 ‘바쁜데 귀찮게 하네’ 하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계산하면서 “어떻게 이런 식으로 손님을 대하느냐”고 따졌다. 그래도 시큰둥한 얼굴이었다. 그런데 다른 테이블의 한 중년 남자가 “밥장사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이 식당 불친절에 대해 불만이 많다”고 언성을 높였다. 그제야 고참 직원이 “미안합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생면부지의 그 남성이 그렇게 고마웠다. 가게 밖으로 나오며 ‘이런 게 미투(Me Too) 효과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K 씨와 기자의 차이가 그것이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17년의 단어’ 중 하나로 미투를 꼽았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2017년의 인물(Person of the Year)’로 침묵을 깬 사람들(The Silence Breakers)을 선정했다. 성폭력 피해 고발 운동인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을 대표하는 인물들을 표지에 실었다. 미투 캠페인은 세계 80여 개국으로, 방송·연예계뿐만 아니라 정치 비즈니스 분야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퍼져 나갔다. 타임은 “최근 어떤 사회운동보다 (확산 속도가) 빠르다”고 했다. 다른 외신들도 “성폭력 성차별 피해자뿐만 아니라 모든 약자, 모든 마이너리티(소수자)의 외침으로 승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제천 화재 참사를 보면서 절감한다. 누군가는 외치고, 누군가 호응해주지 않으면 비슷한 비극은 반복되고 잘못된 작은 일상 하나 바로잡기 쉽지 않다. “비상계단 앞에 물건을 쌓아두면 안 되지 않느냐”고 따져야 한다. 이를 ‘괜한 오지랖’이라고 하지 말고 “나도 같은 생각(미투)”이라고 외쳐야 한다. 그래야 이 세상이 조금씩이나마 나아진다.
2018년 새해를 맞아 ‘바로 나부터 실천하자’고 다짐한다.
부형권 국제부장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