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정책혁신위 의견서 발표
개성공단은 지금… 28일 경기 파주시의 1사단 일반전방초소(GOP)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개성공단 전경. 통일부 혁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은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일방적인 구두 지시에 따라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파주=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위원장 김종수 가톨릭대 교수)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통일부 정책혁신 의견서’를 발표했다. 혁신위는 “공식 의사결정 체계의 토론과 협의를 거치지 않고 (박근혜) 대통령의 일방적 구두지시로 개성공단이 전면 중단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혁신위는 이어 “이런 고도의 통치행위가 ‘불가능하거나 해선 안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헌법과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개성공단 중단으로 판단한 것에는 문제가 없지만, 그 결정과 시행 과정에 관계법을 준수했어야 한다는 지적을 한 것이다.
지난해 1월 4일 북한은 4차 핵실험에 이어 2월 7일 장거리미사일 발사로 위협 강도를 높였고, 박근혜 정부는 사흘 뒤인 10일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혁신위는 “(NSC 결정) 이틀 전에 개성공단을 철수하라는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내려졌다”며 “NSC 상임위는 사후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정도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또 “중요한 외교 결정은 대통령 자문기구인 NSC가 아닌 국무회의를 거쳐야 하고, 대통령도 구두가 아닌 문서로 지시해야 하지만 이런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개성공단의 자금 전용설도 청와대 주도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총 6160억 원(약 5억6000만 달러)의 현금이 유입됐다”는 당시 성명 문구는 통일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고집해 막판에 포함됐다. 혁신위는 “당시 근거자료로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정보기관의 문건에도 ‘직접적인 증거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표기돼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남북관계의 엄중함과 시급성을 감안하면 관련 법적 절차들을 모두 거쳐 중단을 결정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현실론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4차 핵실험을 수소탄 실험이라 주장했고, 광명성 4호를 궤도 진입에 성공시킨 장거리미사일은 최대 사거리 1만 km 이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당시 국민적 불안감이 극도로 커졌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미사일 발사 5시간 만에 “미국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을 협의하겠다”고 밝히며 긴박하게 대응에 나섰다. 또 정부는 9일에 걸쳐 순차적으로 개성공단에서 철수할 것을 계획했지만 북한이 성명 발표 이튿날인 11일 오후 5시를 기해 ‘자산 전면 동결 및 모든 인원 추방’을 갑자기 정하면서 대혼란이 일어났다. 결국 우리 기업의 재고자산 반출 등 재산권 보존 조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었던 것은 북한 측의 책임도 큰 것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