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호 PD에게 듣는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 촬영 뒷얘기
옛 장흥교도소에서 촬영된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한 장면. 신원호 PD는 이곳에서 “세트 제작이 어려운 운동장이나 복도, 정문 등 넓은 공간을 이용했다”고 밝혔다. SBS 드라마 ‘피고인’, 영화 ‘프리즌’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방송 화면 캡처
연출을 맡은 신원호 PD와의 대화를 통해 배우와 세트, 소품 등과 관련한 궁금증 풀이와 사연을 들었다.》
신원호 PD
“말과 대사 톤 자체만으로 성격을 보여줄 수는 없을까 고민했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웃긴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 문래동 같은 경우는 나이도 좀 있는 캐릭터이다 보니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어야 ‘오버스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박호산 씨가 캐릭터를 잘 디자인해줬다. 잘못 소화하면 유치할 텐데, 배우들에게 모두 감사하다.”
“마스크가 개성 있고, 쉽게 기억에 남을 수 있는 배우를 캐스팅하려고 했다. 한 번 보고 ‘아, 쟤는 매점에서 일하는 친구’라고 머리에 박히도록. 그 얼굴이 그 얼굴 같아서 머리가 복잡해지는 순간 보는 맛이 떨어지게 된다. 건달, 똘마니, 명교수처럼 이름보다는 별명을 붙였다. 옷 담당이면 옷이 연상되는 옥 씨라는 성을 주려고 했다.”
―수용자 방이 호텔방처럼 너무 좋아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많이 넓고 안락해 보이는 건 사실이다. 실제론 수용시설이 매우 모자라 좁은 방에서 많은 사람이 생활한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좁은 공간에서는 앵글이 안 나오는 등 어려운 점이 많다. 초반 구치소 장면에선 좁게 찍었고, 이후 16부를 끌고 가야 하는 교도소 내부는 큰 공간에서 찍었다.”
―촬영은 어디서 하는지….
―세트장을 꾸밀 때 신경 쓴 부분은….
“기존 장르물에 나오는 감옥 분위기와 달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데선 어두컴컴하고 무시무시한 느낌의 그림이 많다. 실제 교도소를 방문해보니 교화를 목적으로 하는 교정기관이라 일부러 어둡게 짓지는 않더라. 화분이나 그림도 많고 놀랄 만큼 채광이 잘돼서 따뜻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소품은 어떻게 구하나.
―교도소 분위기나 수용자들을 지나치게 낭만적이거나 인간적으로 그린다는 비판도 있다.
“늘 그 부분에 대해 긴장하고 있다. 다만 ‘재소자나 범죄자가 이렇다’라는 것보단 ‘사람이란 게 이렇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 극 중에서 인물들이 서로 깊은 정을 느끼다가도 큰 위기 순간엔 거짓말하고 상대에게 누명을 씌운다. 그런 인생 이야기를 풀어놓으면 시청자들이 분노하기도 하고, 공감하기도 하면서 판단하실 거라 생각한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