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영 정치부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 주류인 친문(친문재인) 진영은 시큰둥했다. 대선까지 시간이 별로 없다고 했다. 3당의 움직임과 별개로 정치권에 개헌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있었기에 당 내부에도 압박은 있었다. 당시 김부겸 의원(현 행정안전부 장관)은 “촛불 시민혁명은 개헌으로 완결해야 한다”고 했고, 비문(비문재인) 개헌파 의원 30여 명은 집단행동으로 개헌 추진을 압박했다. 그러나 문 후보는 대꾸하지 않았다. 역대 대선에서 권력구조 개편을 담은 개헌 카드는 단골손님이었다. 그때마다 선두주자는 후보 간 합종연횡을 부를 수 있는 개헌론을 꺼렸다. 당시 문 후보도 그러했다.
민선 7기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12월. 이번에는 민주당이 숨넘어갈 듯하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내년 6·13지방선거 때 개헌안 국민투표를 동시에 해야 한다고 연일 야당을 몰아붙이고 있다. 내년 2월까지면 국회가 개헌안을 만들 시간도 충분하다고 한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1987년에 개헌은 40일 만에 했다”고 했다. 지방선거 때 함께 해야 할 구구절절한 이유도 댔다. “(지방선거 때가 아니면) 50% 투표율이 쉽지 않다”, “따로 하면 1227억 원의 혈세가 낭비된다”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여권에 개헌 카드는 지방선거 구도를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는 ‘꽃놀이패’라는 분석이 많다.
26일 여야 초선 의원들이 각각 국회 정론관에 섰다. 민주당 초선들은 “개헌은 1700만 촛불과의 약속”이라고 했고, 한국당 초선들은 “정략적 졸속 개헌”이라고 외쳤다. 국회 입성 1년여 만에 의원은 망각의 기술부터 학습한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야 정치권의 전매특허라지만 걱정되는 게 있다. ‘87년 체제’의 한계를 보완할 30년 만의 개헌 기회를 여야가 정치적 주판알만 굴리다 ‘뻥’ 차버리진 않을까 하는 점이다.
홍수영 정치부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