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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는 과학…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입력 | 2017-12-21 03:00:00

소비자 사로잡은 名카피
산업화 70년대, 직장-일 단어 등장… 2000년대 여가-삶의질 중시 반영




“문 열면 돈 나간다!”

흰 바탕에 커다란 명조체로 적힌 문구가 시선을 잡아끈다. “아시죠? 냉장고는 문을 열 때마다 전기료가 나갑니다.” 1995년 1월 28일 동아일보 16면에 등장한 이 광고는 에너지 효율을 강조한 ‘삼성바이오냉장고 문단속’의 광고다. 1990년대 한국 사회는 소비 수준이 향상되면서 마케팅이 활발해졌고 기발한 광고 카피들이 꽃을 피웠다.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이라는 에이스침대의 카피도 1993년 탄생했다. 정보 전달은 물론이고 소비자의 욕망을 자극하는 광고 카피의 역사는 한국 사회의 흐름을 반영한다.

광고 언어에 관한 연구들에 따르면 1960년대 광고 카피는 비교적 완결된 문장을 많이 사용했다. 1962년 새나라자동차공업주식회사의 자동차 박람회 광고는 ‘자동차의 국산화 시대는 왔다! 앞으로 완전 국산화될 자동차의 실물은 이렇다!’는 카피를 사용했다. 정보 전달에 방점을 뒀기에 구체적 설명조의 문장이 흔하다.

산업화와 경제 성장이 가속되기 시작한 1970년대부터는 직장과 일에 관한 단어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1977년 종근당의 진통제 ‘사리돈’ 광고는 “직장 여성이 웃음을 잃을 때…”라는 카피를 사용했고 1985년 ‘표준전화영어’ 광고는 “직장에서 좋은 대우를 받고 싶은 분―첫발을 헛디디지 말아야 합니다!”라고 강조한다.

1980년대는 돈과 가격에 관한 단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소비자를 중심으로 한 마케팅이 활발해지면서 광고도 욕망에 좀 더 솔직해졌다. 1990년대에는 비주얼 의존도가 증가했고 1994년엔 목욕 제품 신문 광고에 남녀 누드 사진도 등장했다.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에는 ‘우리는 불황을 몰라요’처럼 불안감에 호소한 광고 카피도 많았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2002년 현대카드의 광고 카피는 여가와 삶의 질을 중시하는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1998년에는 전남 담양 죽녹원을 배경으로 한 ‘또 다른 세상을 만날 땐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라는 SK텔레콤의 광고 카피도 화제가 됐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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