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까지만 해도 초고압인 220kV급 케이블을 생산할 수 있는 중국 토종 업체는 거의 없었다.
이 때문에 220kV급 이상 초고압 케이블 시장은 프랑스의 넥상스, 이탈리아의 프리즈미안과 일본 전선업체들이 세운 중국 생산법인의 텃밭이었다. 그러나 현재 중국 50여 개 업체도 220kV급 초고압 케이블을 양산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중국 업체들이 초고압 케이블 양산 기술을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2010년을 전후로 중국 전력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중국 토종 업체들이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렸기 때문이다. 중국은 2011년부터 5년간 초고압 전력망 구축에 47조 원을 투자하기로 밝히면서 중국 토종 업체들의 본격적인 투자가 진행됐다.
전선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와 민간의 전력망 투자가 급증하면서 그 시기에 맞춰 중국 업체들은 초고압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다. 전선 생산 여부는 설비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설비 도입 후 생산 기술도 함께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중국 내수시장을 노리며 중국에 진출했던 국내 전선업체들은 전략을 바꾸고 있다. 2009년 중국 현지 기업 훙치전기를 인수해 LS훙치전선을 설립한 LS전선은 LS훙치전선을 발판으로 해외 사업을 수주하는 전략을 택했다.
토종 기업들의 성장으로 중국 초고압 전선 시장이 과잉공급 상태라 수익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LS전선 관계자는 “중국의 값싼 인건비와 물가를 활용해 동남아, 중동 등 해외 사업 수주를 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2위 전선업체인 대한전선은 케이블 이외의 제품을 중국 시장에 선보이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은 220kV급 이하 케이블 사업에 해외 기업이 입찰하는 것을 막고 있기 때문에 중국 생산법인이 없는 대한전선은 220kV 이하 케이블 사업 입찰 참여도 불가능하다. 500kV급 케이블은 국제입찰이 가능하지만 500kV급 케이블 생산이 가능한 중국 업체들도 생기기 시작했고, 대한전선은 중국 내 생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격경쟁력도 떨어진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이미 중국 업체들이 초고압 케이블을 양산하는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에 해당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게 힘든 상황”이라며 “케이블을 서로 연결하는 접속재 등 다른 제품군의 중국 진출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