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몰 앱에서 ‘로사’ 챗봇 서비스
롯데백화점이 출시한 인공지능(AI) 챗봇 서비스 ‘로사’는 고객과 음성 혹은 문자로 대화를 하며 맞춤형 상품을 추천해 주는 알고리즘을 갖고 있다(위쪽 사진). 서울 중구 남대문로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고객이 로사의 이미지 인식 서비스를 통해 상품을 추천받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롯데백화점 온라인몰 애플리케이션인 ‘엘롯데’를 켜고 인공지능(AI) 챗봇에게 말을 걸자 여러 개의 롱코트 상품이 떴다. 그동안 주로 찾았던 의류가 무채색 계열이라는 걸 알고 있는 챗봇이 회색 계열의 코트를 추천했다. “50만 원 이하 상품으로 찾아줘”라고 말하자 설정한 가격 범위 내에서 원하는 스타일에 가장 잘 맞는 상품을 다시 보여줬다. 곧바로 장바구니에 해당 상품을 넣을 수 있었다.
AI 기술의 발달로 유통업계에 챗봇 바람이 불고 있다. 고객 성향을 읽고, 가장 잘 어울리는 상품을 추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직원을 대신할 서비스로 챗봇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챗봇은 ‘수다를 떨다(Chatter)’와 ‘로봇(Robot)’의 합성어로,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질문에 알맞은 정보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를 뜻한다.
로사는 크게 4가지 기능을 갖고 있다. 모바일 앱을 통한 △문자 대화 △음성 대화 △이미지 인식 △백화점 매장 안내가 주요 내용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온라인몰과 오프라인 매장을 아우르는 서비스를 내놓은 것은 롯데백화점이 세계 최초다.
로사는 IBM의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의 도입으로 탄생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12월 한국IBM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올 1월 AI팀을 구성해 AI 챗봇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40여 명의 5개국 해외 인력과 200여 명의 국내 인력이 투입됐다. 우선 시범 운영을 한 후 내년 1월 정식 오픈할 계획이다.
로사에는 ‘AI 딥러닝 추천엔진’이 적용됐다. 고객의 온·오프라인 구매 패턴을 통해 행동, 관심도, 선호도 등 100여 가지 고객 특징을 분석할 수 있다. 특히 로사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고객이 로사와 대화를 나누고 제품을 검색할수록 데이터가 쌓이면서 분석 정확도도 올라간다.
로사는 이미지를 인식할 수도 있다. 상품을 촬영한 사진을 로사에게 보여주면 관련 상품에 대한 정보를 줄 뿐만 아니라 비슷한 스타일의 상품까지 한 번에 제공하는 서비스다. 일상생활에서 마음에 들었던 상품 사진을 촬영만 하면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 없이 쇼핑 제안을 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 롯데백화점 AI팀은 직원과 고객을 대상으로 300여 회의 인터뷰와 현장 테스트를 진행했다. 약 150만 개의 상품 데이터가 20여 가지 구매 특성에 맞춰 제공되도록 구성했다. 로사는 백화점 매장을 방문했을 때 브랜드 매장 위치, 사은행사 여부 등에 대한 안내도 가능하다.
롯데백화점이 AI 기술 도입에 적극적인 것은 쇼핑 환경에 편의를 제공하는 동시에 구매를 더 잘 유도하기 위해서다. 김근수 롯데백화점 AI팀장은 “상품 정보와 고객 정보를 잘 매치하는 것이 유통업계에서는 중요한 과제다. AI 기술을 통해 고객을 성향에 따라 구분하고 앞으로 어떤 상품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유통업계의 AI 기술 도입은 세계적인 추세다. 올 4월 미국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AI 비서 ‘알렉사’를 탑재한 스피커 ‘에코 룩’을 선보였다. 사용자의 모습을 사진이나 비디오로 촬영해 체크한 후 외모에 적합한 패션을 골라주는 서비스다.
중국의 알리바바도 AI 활용에 적극적이다. 지난달 쇼핑 축제 ‘광군제(光棍節)’ 기간 개인 맞춤형 추천 상품을 제시해 판매를 촉진했다. 실제로 고객 평가에서 최고 점수를 받지 못한 부츠를 AI 추천을 통해 판매량 ‘대박’을 냈는데, 중국의 한 영화배우가 이 부츠를 신었다는 사실을 AI가 알아냈기 때문이었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