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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장관 “한중정상회담 내 점수는 90점… 홀대론은 본질 모르는 얘기”

입력 | 2017-12-19 03:00:00

강경화 외교장관 인터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접견실에서 동아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강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 국빈방문에서 홀대를 받았다는 지적에 대해 “정상회담 본질을 모르고 주변 얘기만 키워나간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동아일보와 단독 인터뷰에 나선 18일 서울엔 올겨울 첫 함박눈이 내렸다. 강 장관은 창 밖을 보며 “오늘 같은 날이면 뉴욕 생각이 난다”고 했다. 올해 초까지 근무했던 유엔 본부가 있는 미국 뉴욕 맨해튼의 겨울 풍경이 그리운 듯했다. 강 장관은 그만큼 6월 취임 이후 쉴 틈 없이 달렸다. 중국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을 마치고 16일 밤에 귀국한 강 장관은 18일 오전부터 재외공관장회의를 주재한 뒤 19일에는 한일 외교장관회담 참석을 위해 일본으로 떠난다.

그런 강 장관은 취임 초보다 단단해 보였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논란의 모멘텀을 만들었지만 홀대론과 기자 폭행 사태로 얼룩진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국빈방중에 대해서는 강경하고 분명한 논리로 설명하려고 했다. 북-미 대화 가능성 등 북핵 이슈에 대해서도 거침이 없었다. 현 정부 초기 청와대가 외교 이슈를 주도해 강 장관의 존재감이 없어졌다는 이른바 ‘강경화 패싱’ 현상에 대해서도 비켜가지 않았다. 인터뷰는 외교부 청사 접견실에서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한중 정상회담에 120점을 주겠다”고 평가했다. 강 장관의 평가는….

“90점 주겠다. 국내 평가가 하도 갈려서 (점수를 좀 깎았다.) 의견이 갈릴 수 있지만 이번엔 너무 심한 것 같다. (한중 간) 이견이 불필요하게 확대 재생산되는 부분이 있다.”

―청와대가 사드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무리하게 연내 정상회담 일정을 추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한중 수교 25주년인데 올해 안에 (우리 정부가 사드 문제를) 풀고 나가겠단 강한 생각이 있었다. 중국도 조속한 시일 안에 (문 대통령) 방중을 원한다는 그런 교감이 있었다. 우리의 시간표도 있고 상대방의 시간표도 있어서 이런저런 요소를 고려해 12월 중순으로 잡은 것이다. 중국에 가보니 우리 기업과 주민들은 사드 보복 조치로 상당히 절박한 상황이었다. ‘아, 지금 잘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사드에 대해 ‘적절한 처리’를 언급했다. 두 정상 간에 정말 ‘사드 추가 배치 불가’ 등 ‘3NO’ 원칙과 관련해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나.

“없었다. 3NO는 우리가 가졌던 입장을 쉽게 해서 (중국 측에서 먼저) 표현한 거다. 우리 안보적인 필요에 따른 정부의 결정이란 사실을 중국도 이해한다. 3NO가 (더 이상) 중국과 문제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방중 기간 내내 홀대론이 그치지 않았다. 도대체 정상 간에 어떤 일이 있었나.

“정상들 간 대화는 굉장히 풍성하고 진솔했다. 정상회담에선 우리가 원한 걸 성취 못하거나 우리가 기대하지 못한 걸 상대가 제시하는 부분도 있다. 그런 걸 (고려 안 하고) 홀대 당했다는 건 정상회담의 본질을 모르고 주변 얘기만 키워 나가는 거다.”

―혼밥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리커창(李克强) 총리와의 오찬이 무산되는 등 방중 기간 중 중국 측 주요 인사와의 식사는 두 차례밖에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일정 잡을 때 시간이 맞지 않는 부분은 있었다. 하지만 서민 식당에서 시간 활용하는 것도 이번 (방문의) 한 목적이었다. (전반적으로) 잘 조율된 일정이라고 생각한다.”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문 대통령과 인사하는 과정에서 팔을 툭툭 쳐 결례 논란도 있었다.

“나는 반대쪽 줄에 있어 직접 보진 못했다. 왕 부장은 7월에도 문 대통령의 팔을 쳤다고 하더라. 서양 사람들이 그럴 때는 아무런 말이 없다가…. 이번 방중이 워낙 중요해서 (언론에서) 세세한 부분까지 다들 지켜봐 그 부분이 돋보였던 것 같은데 왕 부장은 늘 그래 왔다고 하더라.”

―사드 논란을 해소하는 것도 좋지만 문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소한 대북 원유 중단 요청은 시 주석에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중국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책임은 다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분명히 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기본적으로 안보리의 틀에서 진행되지 않나. 대북 제재를 안보리의 틀에 담는 데도 굉장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한 적이 있다. 미국의 입장이 바뀐 건가.

“미국 정책은 변함없다고 본다. 북한이 먼저 명백하게 기류가 바뀌었다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틸러슨 장관이) 대화 시작을 위해 강한 의지가 있다고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틸러슨 장관 경질설도 나오는데….

“미 정부의 특정 인사를 제가 말하긴 곤란하고…. 다만 계속 협력할 수 있는 파트너로 남았으면 한다.”

―최근 대북 관련 휴민트(HUMINT·인적 정보) 라인 붕괴로 김정은 관련 정보를 파악하지 못한다는 애기도 들린다. 관련 부처에서도 그런 말을 한다. 사실인가.

“담당 부처에서 그렇게 말한다면 권위 있는 평가겠지. 하지만 우리는 대북 휴민트와 신호정보, (대북) 접촉 채널 모두 미국이 갖지 않은 부분도 많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북한에 대한 수십 년간의 노하우가 있지 않나.”

―문 대통령이 15일 베이징대 강연에서 “중국은 큰 봉우리, 한국은 작은 나라”라고 해서 비하 논란이 일었다. 이 문구는 누구 아이디어인가.

“외교부가 올린 초안에는 그런 표현이 빠져 있었다. 주요 연설에서 저희가 안을 올리고 최종안은 연설비서관이 도와 대통령께서 직접 챙긴다. 하지만 우리가 실질적으로 대국은 아니지 않나. ‘실질’을 중시하는 대통령께서 그런 뜻으로 말한 것 같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최근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을 방문한 ‘진짜 이유’를 둘러싼 논란이 번지고 있다. UAE 바라카 원전의 건설 및 운영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건가.

“전혀 없다.”

―이달 말 위안부 합의 검증 태스크포스(TF)가 결과를 발표한다. 정부는 결과에 대한 후속 조치를 언제 취할 건가.

“TF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가 심도 있는 아웃리치(지원활동)를 해야 할 것 같다. 피해자를 돕는 기관이나 단체, 관련 학자들도 만나 봐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평창 겨울올림픽이 열리는 내년 2월을 넘길 수도 있다는 건가.

“TF는 충분히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출범시켰다. (정부가 조치를 취하는 데는 2월을 넘겨) 시간을 오래 끌 건 아니라는 생각이다.”

―외교부 중국국(局) 신설은 올해 안에 마무리되나.

“조직 개편이 그렇게 금방 되긴 힘들지만 신설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외교부 내) 기획실, 혁신이행팀 차원에서 생각은 하고 있다.”

―여권에서 강 장관을 총선 후보로 징발해야 한다는 말이 나돈다. 들어본 적 있나.

“그런 이야기들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다. 대통령이 나를 필요로 하는 한도 내에서 외교부 장관 역할을 열심히 할 생각이다.”

이승헌 ddr@donga.com·신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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