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평항서 술 마시다 메모지에 적어… 고향친구 박재삼 시인에게 건네
천상병 시인(1930∼1993)은 국민이 애송하는 시 ‘귀천(歸天)’을 인천 강화도 건평항에서 지었다. 가난하던 천 시인은 여비가 없어 고향인 경남 마산 대신 강화도 앞바다를 자주 찾았다. 고향 친구 박재삼 시인과 건평항에서 막걸리를 마시다 메모지에 적어준 시가 바로 귀천이었다.
강화군은 귀천 창작 무대인 강화군 양도면 건평항 인근의 건평공원에 천 시인 동상과 육필 글씨를 새긴 귀천 시비(詩碑·사진)를 완성했다고 17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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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지에 적힌 귀천을 간직하던 박 시인은 1971년 천 시인의 시를 모아 첫 시집 ‘새’를 유고집 형태로 발간했다. 천 시인이 병원에 있는 줄 모르고 죽은 줄만 알았던 것이다.
동상은 해맑게 웃는 천 시인의 어깨에 새 한 마리가 앉아 있는 모습이다. 평생 가난에 시달리고 시대와 불화를 겪은 천 시인이 새가 되어 하늘로 돌아가는 형상이다. 강화군은 동상 주변 조경과 경관조명 공사를 마치고 내년 3월 동상 및 시비 제막식을 열 예정이다. 또 건평공원을 ‘천상병 귀천공원’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 공원에는 국민가곡 ‘그리운 금강산’을 작곡한 강화도 출신 작곡가 최영섭 선생(88)의 노래비도 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