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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왕 김신욱의 발, 날개 달았다

입력 | 2017-12-18 05:45:00

축구대표팀 김신욱.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공중볼 처리 임무 등 단조로운 플레이 지양
발밑 볼처리 늘자 침투패스 등 다양한 시도
공격 옵션 다양화로 공중볼 등 파괴력 배가


한국축구대표팀은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에서 2승1무를 기록하면서 우승을 차지했다. E-1 챔피언십 2회 연속 우승과 통산 4번째 우승이라는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따랐지만, 이보다 더 의미 있는 것은 압도적인 경기력이다. 특히 이전 울리 슈틸리케(63·독일) 감독 시절 활용법을 놓고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신장 197cm의 장신스트라이커 김신욱(29·전북 현대)을 제대로 활용했다는 대목이 중요하다.

김신욱은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정상급 스트라이커로 손꼽히는 선수지만, 대표팀에서는 활용도가 높지 않았다. 단순히 공중볼 처리를 위한 카드로만 사용됐기 때문이다. 슈틸리케 전 대표팀 감독은 김신욱을 팀이 위기에 몰려 있을 때 교체 카드로 기용해 공중볼을 따내는 역할로만 활용했다.

이는 상대팀도 쉽게 예상이 가능한 활용이었다. 한 골이 시급한 뒤진 상황에 2m에 가까운 선수를 투입하는 이유는 불 보듯 뻔 했다. 롱패스나 크로스에 이은 김신욱의 신장을 활용한 플레이를 하겠다는 의도가 보이기 때문에 상대는 아예 이를 사전에 차단했다. 가뜩이나 짧은 출전시간에 전방에서 고립된 채로 왔다갔다만 반복하다가 경기가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신태용 감독은 달랐다. 김신욱의 ‘머리’가 아닌 발에 주목했다. K리그 클래식에서 김신욱은 헤딩 골 뿐 아니라 침투 패스를 곧잘 받아서 넣는 선수였다. 그것도 오른발, 왼발을 가리지 않았다.

축구대표팀 김신욱.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김신욱은 9일 중국전에서도 승패의 중요한 변수라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전반 김신욱을 활용한 공격이 살아나자 우리는 쉽게 2골을 넣었고 경기를 주도했다. 하지만 후반 중국의 리피 감독이 김신욱을 고립시키는 스리백 시스템으로 변화를 주자 대표팀의 플레이는 날카로움이 사라졌다. 결국 리드를 지켜내지 못하고 패배한 느낌이 나는 2-2 무승부로 경기를 끝내고 말았다.

16일 일본과의 경기는 김신욱의 가치를 최대한 높여준 경기의 상징이었다. 전반14분 김진수(전북 현대)의 패스를 헤딩골로 연결한 뒤 전반 35분에는 이재성(전북 현대)의 패스를 왼발로 차 넣어 골로 완성시켰다.

김신욱의 활약은 2018 러시아월드컵을 준비하는 신 감독 입장에서도 반갑다. 귀한 스트라이커 자원의 활용법을 새삼 확인했기 때문이다.

김신욱은 일본전을 마친 뒤 인터뷰를 통해 “이전 대표팀 감독들은 나를 주로 교체선수로 활용했다. 신태용 감독님이 대표팀에서 나를 살렸다. 지금까지 단조로운 플레이(공중볼 처리)에서 벗어나 다양한 플레이를 주문하셨다. 발밑으로 오는 볼 처리도 맡겨주셨다. 유기적인 플레이를 했기 때문에 상대가 막기 힘들었던 것 같다”며 자신의 활용도를 높여준 신 감독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사이드가 아니라 메인으로 대표팀의 공격옵션에 김신욱이 가담하자 우리의 파괴력은 더욱 강해졌다. 자신의 능력과 역할을 제대로 알아준 대표팀 사령탑을 만난 김신욱은 이제 호랑이에 날개를 단 격이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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