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희 논설위원
지열은 탈원전 시대의 총아
이 교수는 지열발전소가 땅속에 주입한 물이 미지의 단층을 자극해 단층이 움직였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가설을 내놓았을 뿐 증거를 제시하진 못했고 그 대신 2011년 규모 4.7, 5.7의 오클라호마 지진을 사례로 설명했다.
지열발전 원리는 땅속에 존재하거나 인공적으로 만든 뜨거운 물을 끌어올려 그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태양광이나 풍력과는 달리 날씨나 바람과는 무관하게 안정적 전력 생산이 가능해 전 세계가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뛰고 있다. 포항 지열발전소는 땅에 깊이 4km의 지열정 2개를 뚫어 한쪽에 물을 붓고 지열로 뜨거워진 이 물을 다른 지열정으로 끌어올리는 프로젝트다. 프로젝트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며 12개사가 참여한 괌 전력청 입찰을 통과해 수출 계약을 앞두고 있었다.
지진 발생 이후 한 언론은 지하에 물을 넣을 때의 최대 압력이 TNT 1000t의 파괴력에 해당한다고 보도했다. TNT 1000t은 2006년 10월 9일 북한의 1차 핵실험 규모와 같은 수준이다. 사실이 그랬다면 지금쯤 포항은 초토화됐을 것이다. 일부 누리꾼은 국가 개발연구사업인 지열발전소가 2011년 시작됐다는 이유로 ‘MB 적폐사업’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왜 하필 포항이었을까. 부지선정자문위원회에 따르면 강릉, 석모도, 울릉도, 제주도, 포항 등 5개 지역을 대상으로 입지조건을 조사했는데 연구개발(R&D) 사업 목적이 독일처럼 비화산지대 지열발전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어서 포항이 낙점됐다고 한다.
지열발전소가 진앙에서 불과 1, 2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나머지 주장은 전후 맥락이 맞지 않는다. 첫째, 오클라호마 지진을 비롯한 모든 유발지진은 물을 고압으로 땅속에 주입하는 순간이나 주입 후에 주입구를 닫을 때 발생했다. 포항 지진은 물 주입을 끝내고 2개월 후에 발생했고 그사이엔 미세진동조차 없었다. 둘째, 오클라호마 지진 당시에는 수개월간 수백만 t의 물이 지속적으로 주입됐다. 포항의 누적 주입량은 1년 6개월간 5회에 걸쳐 1만7000t에 불과하고 그나마 1만2000t은 뽑아낸 상태였다. 이정도의 물 주입이 규모 5.4의 지진을 일으킨다는 건 납득할 수 없다. 셋째, 주입 압력과 지진 규모는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 숱한 연구로 입증되었다.
여론이 과학을 이겨서야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