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단타치던 코스닥 투자자, 주식대신 가상화폐로 이동 늘어 美증시선 수혜종목 주가 상승
매달 30만 원씩 여윳돈을 모아 주식 투자를 즐겨 하던 직장인 진모 씨(36)는 최근 투자금을 모두 빼 가상화폐를 사들였다. 800 선을 돌파한 뒤 상승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였던 코스닥지수가 최근 다시 주춤하기 때문이다. 진 씨는 “코스닥 개미들은 고수익 고위험을 쫓는 단타 투자자가 많은데, 가상화폐에 투자해 큰 수익을 올렸다는 주위 사람들을 보고 투자처를 바꾸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근 비트코인 열풍이 불면서 진 씨처럼 주식 대신 가상화폐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가상화폐 열풍이 정부 코스닥시장 활성화 정책 등으로 모처럼 상승 호재를 잡은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13일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월별 가상화폐 거래금액은 올 1월 3000억 원 수준에서 지난달에는 56조2944억 원으로 급증했다. 코스닥시장의 올해 월평균 거래대금 68조7096억 원의 80%가 넘는 규모다. 빗썸 월별 거래대금이 큰 폭으로 늘었던 5월과 8월엔 코스닥 월별 거래대금이 감소하기도 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가상화폐의 높은 변동성을 쫓아 일부 투자자의 이탈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에선 비트코인 선물거래가 시작되면서 증시도 달아올랐다. 11일에는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사업 인수를 지원하는 라이엇블록체인 주가가 45% 올랐다. 반도체 종목도 비트코인 수혜주로 떠올랐다.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되는 반도체 생산업체 엔비디아 등도 상승세다. 미국 자산운용업계도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서두르는 등 다양한 투자 상품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